매일신문

"모든 경기 다 뛰어야 해?"…축구선수 어머니 정향미씨

부상으로 쉬다보니 휴식 중요성 깨달았네요

청구고 축구부 서영원(3년) 선수와 어머니 정향미씨. 이호준기자
청구고 축구부 서영원(3년) 선수와 어머니 정향미씨. 이호준기자

청구고 3학년인 아들을 축구 선수로 둔 엄마입니다. 지난해 10월 아들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동안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돼 왼발에 '피로 골절'이 생겼습니다. 몇 달 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고, 많이 속상했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 쉬면서 치료받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다 나아 다시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아 축구 선수를 자녀로 둔 엄마들과 이를 나눌까 합니다. 부디 '배부른 소리'로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팔불출'이라 하시겠지만 아들 자랑부터 해 봅니다. 아들 (서)영원이는 나름 '잘나가는' 선수입니다. 중3 때 한국중등축구연맹 U-15 대표로 뽑혀 세계축구대회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지난해엔 대구시축구협회로부터 우수 선수상을 받았습니다. 영원이는 중1 때부터 지금까지 각종 대회는 물론 친선, 연습 경기까지 거의 모든 경기를 다 뛰었습니다. 무조건 경기에 나가기를 바라는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뿌듯했고, 잘 해내는 아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부상으로 쉬면서 중요한 걸 배웠습니다. 아이가 죽어나든 말든 모든 경기에서 뛰기를 바라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내 자식이 모든 경기에 나가는 것이 좋지만 꿈을 위해선 '그때'를 위해 참고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1, 2학년 때 경기에 나간다고 좋아하거나 출전하지 못한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작 중요한 3학년 때 체력 저하나 부상, 피로 누적 등으로 실력 발휘를 못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기회가 왔을 때 맘껏 쏟아낼 수 있어 오히려 무리해서 기회를 놓치는 선수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훈련도 마찬가집니다. 시합 후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휴식 없이 무리하게 훈련하면 피로가 쌓여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영원이도 시합 다음날 바로 개인 훈련하는 연습벌레였는데 결국 부상을 입고 나서야 휴식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훈련과 경기, 휴식을 적절히 해야만 오랫동안 좋은 선수로 남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학교나 코치 등과 관련해 당장 불편함이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대적으로 자율을 중시하는 학교나 선수 개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학교 등을 찾아다니다 적응을 못 해 축구를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환경 탓을 하지 말고 현재의 선택에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좋은 감독, 코치 선생님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정향미(대구 동구 방촌동) 정리·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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