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 법무 "사형집행시설 설치"…사형제 존폐 수면위로

"청소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 설치"

16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사형 집행 시설' 설치 발언에 따라 사형제 존폐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형집행 시설 설치를 지시했다. 국민들의 법 감정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사형 집행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집행 시설 설치는 당연히 집행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해 사형 집행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 이어 나온 이 장관의 발언은 부산 여중생 성폭행·살해 피의자 김길태를 비롯한 흉악범들에 대한 정부의 사형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법조계, 학계, 인권단체들은 흉악범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에 편승해 사형 집행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형제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고,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 요구가 거세지지만 이후 많이 수그러든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악용한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한나라당 이주영 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도 감옥가는 것만으로 그친다면 더한 흉악범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며 "법무부, 국방부 장관은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 중 아동성폭력 범죄나 연쇄살인 등 극악범죄자에 대해 즉각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형제 부활 목소리는 흉악범 출현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1명을 연쇄 살해한 유영철과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강호순이 검거됐을 때도 형집행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가장 최근 실시한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도 사형제 존치 의견이 우세했다.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존치 의견이 66.7%로 조사됐고,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1.5%에 그쳤다. 전년 조사보다 사형제 존치 의견이 10%p 더 늘어난 수치로, 흉악범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국민적 분노를 부추기는 사형 집행 목소리를 경계하고 있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들끓던 사형제 옹호 여론이 점점 잦아드는 데다 사형제 및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인권 의식과 국제사회 비난 여론을 감안하면 사형 집행 재개는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

실제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이후 13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여론에 의해 사형 집행이 재개될 경우 국익 차원에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대구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사무국장은 "사형제 존폐에 대해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마당에 사형 집행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 수장이 그런 자세를 취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권혁장 소장은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범죄예방 효과에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며 "흉악범이 나올 때마다 존폐 논의가 되지만 근본적 해결방식으로 사형제가 과연 합당한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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