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구적십자병원의 폐원이 예고됐는데도 대구시는 이 병원을 이용하는 의료약자 보호대책 마련을 위해 적십자사 및 병원 측과 협의를 전혀 하지 않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폐원이 결정된 후 뒤늦게 취약계층 의료서비스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17일 시청에서 대구적십자병원 진료 중단과 관련해 ▷대구의료원을 통한 취약계층 진료 서비스 강화 ▷일반 병원과의 협약을 통한 진료기관 확대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 관계자와 적십자사 대구지사 측은 이 자리에서 대구적십자병원의 진료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단 한 차례의 대책회의나 만남도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보건복지가족부와 적십자사의 '지역거점 공공병원 발전계획'과 경영합리화 방침에 따라 9개 진료과목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2개 과목으로 축소하면서 사실상 진료기능이 마비된 상태였지만 시는 최근까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시가 내놓은 취약계층 의료서비스 대책도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는 "그동안 대구적십자병원이 수행해 오던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대구의료원과 주변 의료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관계자들은 대구의료원이 지난해에만 저소득층 노인, 이주노동자, 쪽방거주자 등 2만여명의 의료약자들을 진료하고 있지만 연간 3만~4만명에 이르던 대구적십자병원의 환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보호 대상자들의 대구의료원 입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합리화,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대구의료원이 의료보호 대상자들의 진료확대를 담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구시가 내놓은 일반 병원과의 협약을 통한 취약계층 진료도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 중구 대신동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P씨는 "의료보호 대상자들을 진료할 경우 지원금을 받는 데 기한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자금 회전이 더디고, 솔직히 저소득층 환자가 많이 올 경우 병원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싶어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4일 대한적십자사 운영위원회 개최 때 대구병원 문제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상황으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춘수·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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