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 백화산 섶다리 놓였다

상주에 명품다리인 백화산 섶다리가 탄생했다.

상주시 모동면 백화산은 상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백화산 한성봉은 백두대간의 지맥으로 영남과 호서를 눌러앉은 옛고을 상주의 진산(鎭山)이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삼국통일 대업의 첫 꿈을 실현한(660년) 대궐터와 금돌성(今突城) 같은 유서 깊은 유적들이 즐비하다. 또 고려시대 항몽 전쟁에서 승장 홍지(洪之)가 몽고의 대군을 격파한(1254년) 대첩지 저승골과 조선 임진왜란(1592년) 당시 구국의병의 충혼이 서린 고모담 등 호국의 얼이 서린 곳이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 때문인지 일제강점기에는 지명이 아예 지도상에서 사라져 버렸었다. 한성봉(漢城峰-큰 성이 있는 봉우리)에 포성봉(捕城峰-일본이 성을 포획한 봉우리)이라는 치욕스러운 이름이 붙었다. 이에 모동면 주민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백화산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백화산의 본래 이름찾기에 나섰다. 결국 2007년 12월 27일 국토지리정보원에 원래 이름인 백화산, 한성봉으로 각각 변경 고시해 지도상에 등재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백화산은 주민들에게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백화산 앞에 구수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 사이에 "백화산 밤나무숲에서 저승골로 연결하는 섶다리의 옛 모습을 재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백화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앞장섰다. 백화산을 사랑하는 모임 이권 회장은 "20년 전쯤에는 백화산 입구 신덕 동네 주민들이 다니던 유일한 통로인 섶다리가 있었다"며 "이 다리를 재현해 백화산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편리함과 정감을 제공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물론 상주의 뜻있는 이들에게 동참을 촉구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돼 이달 6일 백화산 섶다리놓기 행사가 펼쳐졌다. 백화산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을 비롯한 상주 지역 기관단체 및 주민 150여명이 참석했다.

섶다리 현장은 백화산 입구에서 30~40분 간 산길을 걸어야 했다. 너도나도 행사에 필요한 대형 국솥 등 집기들을 지게에 지고 먹을거리들을 한아름씩 안고 참가했다. 오전 11시쯤 상주향토문화연구회 정의선 위원이 탄금대, 임천석대 및 백화산을 소개하면서 본행사가 시작됐다. 섶다리 책임부장의 '신령께 고함의 소리'와 함께 나무베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됐다. 1시간 30여분 만에 통나무 2개를 연결한 섶다리가 완성됐다. 맨발로 건너야 했던 이곳에 비록 초라한 모습이지만 백화산 풍광을 더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섶다리가 저승골 앞에 탄생했다.

참석자들은 "물길을 다섯 번이나 건너야 해서 항몽대첩지인 저승골, 상주의 탄금대라 불리는 임천석대를 보기 힘들었는데 우리 힘으로 길을 뚫고 나니 뿌듯하다"며 새로운 명물 탄생을 자축했다. 서울대 윤여창 교수는 "오늘 섶다리 재현행사는 잃어버린 상주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 순수한 시민 행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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