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과 건강] (1)(주)이야기 상무 금형섭씨

이번주부터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질병을 이기고, 나이를 뛰어넘고, 더 젊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함께하며 독자 여러분 스스로 운동과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을 찾을 수 있는 코너로 만들어가겠습니다.

벼랑 끝에 몰렸었다. 엉엉 소리 내면서 오열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 것뿐인데 왜'라며 하늘을 원망했다. 5년 전 금형섭 ㈜이야기 상무는 당뇨로 인해 절망감을 맛봤다.

금 상무가 당뇨를 처음 발견한 것은 1999년쯤이었다. 당시 몸무게가 100㎏을 넘었던 그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뇨였다. 초반에는 혈당 강화제 등 처방약이 잘 먹혔다. 약을 먹고 나면 혈당 수치가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다 보니 이후에는 당뇨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하는 데 익숙했다. 어떨 때는 회사에 침낭을 갖다 놓고 잤다. 토요일도 없이 일한 뒤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1993년쯤에 사업 실패를 경험했죠. 당시로 부채가 2억원이었어요. 이자율도 20~30% 할 때였죠. 생존을 위해 3, 4년 정도는 쉬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휴가는 꿈도 못 꾸었죠." 그는 너무 회사일에 파묻혀 있었다. 형(금훈섭 ㈜이야기 대표)과 같이 하는 지금의 인터넷 사업도 일요일은 쉴 수 있다는 말에 시작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몸에 무리가 생긴 것이다.

초반에 잘 듣던 처방약은 갈수록 약효가 떨어졌다. 몸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 약 먹는 횟수를 늘렸고 양도 2배로 늘렸다. 아침에서 하루 세차례 복용으로 는 것. 7, 8년을 그렇게 버텼다. "의사가 여러 차례 주의를 줬습니다. 하지만 몸에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까 약만 믿고 무심하게 넘겼죠."

그러다 결국 '올 것'이 왔다. 2005년 병원에서 정기 점검을 받는데 혈당 수치가 갈 만큼 갔다. 평균혈당 수치 최고치가 12나 13인데 그보다 더 높은 15 정도가 나온 것이다. "의사가 이대로 가면 큰일난다면서 인슐린 주사를 놓더라고요. 집에 가 손에 한 움큼 들고 온 인슐린을 내밀자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그는 다음날 곧바로 인슐린 더미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인슐린을 맞으면 췌장 기능이 약화되고 결국 건강을 잃는 것은 시간 문제였기 때문. 인슐린 없이 버텨보자 싶었다. "음식을 아예 먹지 않거나 먹은 만큼 소비해버리면 혈당 수치가 안 높아지거든요. 식탐이 강해 금식은 꿈도 못 꾸겠고 먹은 만큼 무조건 칼로리를 없애버리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그가 처음 시작한 것은 등산이었다. "저같이 당뇨가 있는 사람은 몸이 금세 피곤해지기 때문에 운동을 많이 꺼려요. 하물며 힘든 등산은 더욱 그렇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살아야 하니까. 특히 등산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잔 근육까지 쓰기 때문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 생각했죠."

매주 토'일요일만 되면 아내의 손을 잡고 앞산과 팔공산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파김치가 됐다. 하지만 한차례도 거르지 않았다. 오히려 등산 시간을 조금씩 늘렸다. 처음에는 2, 3시간이었다가 나중에는 7시간 이상으로 늘었다. "보통 병원에서는 당뇨 환자에게 무리하게 운동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잖아요. 가뜩이나 운동하기 싫어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그게 좋은 핑곗거리가 돼요. 흔히 40대가 넘어가면 혈액순환이 둔해지죠. 그렇기 때문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심장에서 강하게 펌프질을 할 수 있도록 등산 시간을 많이 늘린 거죠." 평일에도 퇴근 후 부인과 함께 1시간 30분 동안 집 인근 운동장에서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희망이 보였다. 평균혈당 수치가 9까지 내려간 것이다. 또다시 6개월이 지나자 이번에는 정상치인 6~8을 기록했다. 효과가 나타나자 운동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틈틈이 당뇨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도 뒤졌다. 지금은 당뇨에 관한 한 반 전문가 수준까지 올랐다. 금 상무는 빵이나 면, 떡 같은 것은 절대 안 먹는다. 탄산음료나 과일 등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가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때는 작정을 하고 먹죠. 칼로리를 대충 계산하고 먹은 후에는 꼭 그만한 소비를 해요."

금 상무는 최근 배드민턴의 재미에 빠졌다.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저녁에 배드민턴을 2시간 정도 즐기고 있다. 그는 당뇨를 겪으면서 인생의 행복을 비로소 찾았다. "아프고 이를 극복해가는 가운데 가족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꼈어요. 삶의 중요도도 돈에서 건강으로 바뀌었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 안상호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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