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의 스포'레포츠] 대구공고 축구부

"축구만큼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이번 주부터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속의 스포'레포츠 현장을 찾아가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이색적인 스포'레포츠 현장과 클럽, 스포'레포츠가 삶의 일부분이 된 사람들의 얘기를 소개합니다.

엘리트 선수 양성 위주의 국내 초'중'고 학원 축구가 '공부하는 생활 축구'로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해 학원 축구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초'중'고 학원 축구 주말리그는 이달 6일 2년째를 맞아 8개월여의 열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성적내기에 급급해 학교 수업을 외면했던 선수들과 이를 알고도 방치했던 학교에서는 힘들지만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11일 오전 11시 대구공고(교장 박용수) 한 교실. 축구부 선수 30여명이 '눈높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3교시 한문 시간. 다소 산만한 수업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교실에서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앳돼 보이는 인턴 여교사가 지도하고 있었지만 선수들은 열심히 한자를 따라 읽으면서 한문 공책을 메워나갔다. 이들이 쓰며 외운 한자는 배울 학(學), 교실 교(校), 가르칠 교(敎) 등으로 일상에서 접하는 생활 한자였다. 몇몇은 칠판을 보고 쓰면서도 엉뚱하게 그리는 한자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운동선수는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국내 체육계의 오랜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 학원 축구 주말리그가 지난해 전격 도입되자 대구공고는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공부하는 방안으로 '눈높이 수업'을 도입했다.

오전 수업시간에는 영어와 한자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오후 운동 후 저녁 시간에는 축구부 전용숙소에서 생활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

2학년 이지훈(17) 선수는 "축구를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운동선수는 무식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수업을 빼먹지 않는다"며 "우리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해 공부시간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구공고는 운동부 학생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새로 짓고 있는 기숙사 4층에 이들을 위한 전용 교실을 마련, 눈높이 수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용수 교장은 "공부하는 운동 선수를 만드는 것은 우리 학교의 중점 과제"라며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처럼 영어도 잘 하고, 인터뷰도 조리있게 할 수 있도록 학교의 역량을 모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장은 또 "선수들이 졸업 후 직업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치관 교육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축구 훈련 방식도 확 달라졌다. 훈련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강도 높고 집중력 있는 운동으로 실력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공식 시합도 주말과 휴일에만 한다. 이달 7일(일요일)에는 청구고와 경북'대구권역 고등 리그 개막전, 13일(토요일)에는 영덕고와 2차전을 가졌고, 21일(일요일)에는 대륜고와 3차전을 갖는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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