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좀 친다는 이들에게 당구공의 재질에 대해 물어보면 열에 일곱을 종이를 압축해서 만든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는 낭설이다. 오래 전에는 코끼리 상아로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재료로 무엇이 쓰일까. 안타깝게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추정해볼 뿐이다.
현재 세계 당구공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벨기에 살뤽사의 '아라미스 당구공'은 화학적인 합성수지에 다양한 물질을 혼합해 만든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정확한 생산 과정이나 성분은 살뤽사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극비로 하고 있어 알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더 든다. 왜 종이로 만들었다는 잘못된 상식이 퍼졌을까. 1980년대 초 국내에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막공'이라 불리는 국산 당구공을 만들었다. 이 당구공은 유나이트 수지라는 화학분말 재료를 사용했다. 이때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퍼졌다. 이후 국내에서도 품질 좋은 당구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품질이 벨기에 제품의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일본도 당구공 개발에 손댔다가 포기했고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는 아주 저급한 당구공을 만들고 있는 수준이다. 당구공 하나만큼은 벨기에의 자랑인 셈이다.
당구공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는 또 있다. 당구공이 플라스틱 발명에 주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상류사회의 오락으로 당구가 대유행이었다. 당시에는 코끼리 상아로 당구공을 만들었다. 하지만 피아노 건반이나 빗의 재료로 상아의 수요가 급증한 데다 코끼리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상아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당구공 값 또한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당시 당구공 제작사는 '상아를 대체하는 다른 재질의 당구공을 발명하면 1만달러를 준다'는 광고를 냈다. 이때 독일 출신 인쇄공 '하이야트'가 당구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천연 셀룰로오스에 질산을 반응시켜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를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당구공을 개발하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우연찮게 만들어낸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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