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봄은 산수유꽃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수유가 있는 마을은 온 동네가 노랗게 채색되는데 멀리서 쳐다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이른 봄의 전령인 산수유는 제일 먼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사람들을 봄으로 초대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산수유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이 제일 유명한데 나무의 수령이 최소 10년에서 100년 정도의 것들이다. 구례의 산수유는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1999년부터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산수유꽃축제는 매년 3월 중순~4월 중순 경기도 이천시와 양평군에서 개최되고 있다. 대구에서 가까운 경북 의성군 사곡면에서도 2008년부터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3월 20일부터 4월 4일까지 개최되는데 약 4㎞ 되는 마을의 산과 들이 노랗게 물드는데다 파랗게 올라온 마늘밭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수유는 얼음이 채 녹기 전인 2월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핀다. 가을이 되면 초록색의 열매가 달리기 시작해 선홍색으로 익는다. 꽃과 잎, 열매가 예쁘고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추위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정원수로도 사랑을 받는다.
중국 진나라 때 각 지방의 풍속문화를 기록한 풍토기(風土記)에는 '사람의 몸에 들어온 모든 잡귀를 내쫓기 위해 중양절(重陽節'음력 9월 9일)에 높은 산에 올라 차와 술을 마시며 산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산수유의 붉은 열매가 잡귀신을 쫓는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산골마을에 집집마다 산수유나무를 심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일 것으로 생각된다.
산수유나무는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로 술과 차, 한약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한의학에서 산수유(山茱萸)는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인 산수유나무의 성숙한 열매로, 10월 중순의 상강(霜降) 이후부터 11월 말까지 채취하여 끓는 물에 약간 삶거나 햇볕에 건조시킨 다음 씨를 빼내고 건조시켜 약재로 사용한다. 보통 산수유 600g에서 씨를 빼고 건조시키면 과육이 160g 정도 되는데, 생김새가 건포도와 비슷하며 성질은 따뜻하고 맛이 약간 시면서 떫다.
동의보감에서는 '산수유는 신정(腎精)과 신기(腎氣)를 보하고 성 기능을 높이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오줌이 잦은 것과 귀가 어두워지는 것을 낫게 한다. 그런데 씨에는 활정(滑精'기허하여 성적 충동에도 쉽게 정액이 흘러나오는 증상)시키는 작용이 있어 씨를 빼고 과육만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산수유는 하초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빈뇨(頻尿)'야뇨'요실금'어지럼증'시력저하'이명'요통'슬관절통 등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또한 기혈(氣血)이 모두 허하여 생기는 자궁출혈, 월경과다에도 사용되며, 땀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어 자한(自汗'헛땀)과 도한(盜汗'수면 중에 나는 땀)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평소 하초의 기능이 약한 소양인의 체질에 적절한 약재이다. 약리학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고 근육의 탄력을 증강시키며, 면역기능을 강화시키고 노화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에 열이 많아 땀을 생리적으로 많이 흘리는 체질이나 평소 비위기능이 좋지 않아 소화력이 떨어지는 경우, 전립샘 등의 문제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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