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방에서 대구로 이사 온 사람들이 "대구에는 갈 곳이 별로 없다" "대구 사람들은 공연도 안 보나"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좀 그랬다.
자신은 대구사람이 아니고 언젠가 기회만 되면 대구를 떠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아서.
고담대구라든가, 대구가 보수적이라든가 하는 말들, 다른 지역보다 조금 앞선 괜찮은 사례를 말하면, "내가 알던 대구랑 다르네"라며 조금 비꼬듯이 하는 말들.
대구 근교 농촌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줄곧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좋든 싫든 대구는 내 고향이고 삶터이다.
좋지 않은 점이 있다면 바꾸어서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데 일상문화공간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글로 쓴 결과들이 책으로 나왔다.
경북대 사회학과 천선영 교수와 그 제자들이 펴낸 『일상문화공간』이라는 책이다.
'문화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에 문화적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은 얼마나 문화적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그 고민의 시작은 삶의 현장인 일상일 수밖에 없다.
'일상 속 문화' '일상의 문화화'라는 화두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국'공립 미술관과 음악홀, 문화예술회관도 중요하겠지만, 풀뿌리민주주의가 소중한 것처럼 문화의 생명력은 삶의 거리에서 더 잘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생존하기도 빠듯한 일터에서 '문화적 의미'를 고민하는 이들의 삶과 그들의 공간 이야기를 실으며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고.
그래서 그들의 공간과 활동을 더 많이 알려야 감사와 나눔의 마음이 커질 것이고, 문화 파이도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책을 내게 된 동기였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 경북대학교 학부 문화사회학 실습 수업시간 과제로 시작됐다. 만 4년에 걸친 집단 취재와 집단 글쓰기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나 역시 집단 취재를 당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일상문화공간'에 소개된 공간의 주인장이다. 참신한 발상과 학생들의 진지한 열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대학 공부가 강의실에서 남의 나라 학자 이론만 파고드는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바로 이곳 내가 사는 삶의 현장을 탐구한다는 것이 보기 좋았다.
아마 이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도 마음 속으로 '아, 내가 사는 곳 대구에도 이런 곳들이 있고, 이런 공간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책 속에서는 대구와 가까운 경북지역의 일상문화공간 약 70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이 있는 일상문화공간, 선율이 있는 일상문화공간, 책이 있는 일상문화공간, 특색 있는 소극장'박물관, 일상 속 작은 복합문화공간, 맛과 향기가 있는 일상문화공간. 각 공간의 역사, 공간적 특성, 운영하는 사람들의 삶 등을 포함한 'Iyagi' 부문 /문화정보를 담고 있는 'Culture' 부문 /주소, 연락처, 추가안내사항 등을 포함한 'Info' 부분, 이렇게 크게 세 부문으로 구성돼 있고, 사진자료와 그림지도도 포함하고 있어 직접 찾아갈 수 있게 돼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공간들 중 한 곳인 매곡리 자연학교를 소개해 본다.
경북 군위군 효령면에 위치하고 있는 매곡리 자연학교. 교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한 생명교육과 생태학습에서 비롯된 자연학교가 차츰 입소문을 타면서 정부로부터 대안교육위탁기관으로 지정되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들게 되었다고 한다.
의식주교육(우리 옷, 음식, 집 만들기), 감성교육(도예, 목공, 풍물, 음악, 글쓰기), 노동교육(농사를 중심으로 한 노동의 가치체험), 공동체교육(전통놀이와 공동체 놀이를 통한 공동체 의식 함양), 성경교육, 농사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좋은 공간들이 여럿 소개돼 있다. 봄날, 우리 지역의 일상문화공간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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