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작, why?] 앙리 마티스 '음악(The Music)'

원색이 주는 다이내믹한 분위기·대위법 표현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나타난 사실주의 유파와 실증주의의 흐름에 따라 눈에 보이는 대로 재현하기 위한 미술운동이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서양미술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겨났다. 모네를 시작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인상주의 화풍은 마네와 드가, 르누아르 등이 빛의 변화에 따라 같은 풍경이라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 표현되는 개성적 화면 구성의 변화를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고흐와 고갱, 세잔 등으로 이어지는 후기인상주의 화풍의 변화는 조형적 사고에 일대 전환을 가져다주었고, 쇠라와 시냐크와 같은 신인상주의 유파에서 표현되는 화풍의 진화로 이어져 길지 않은 근대미술사에 있어 획기적이고 개혁적인 예술양식으로 이어져 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흐와 고갱, 세잔 화풍에서 표현되는 과감한 원색의 사용은 이전 화풍에 비해서도 커다란 변화였지만 야수파를 대표하는 마티스와 입체파를 대표하는 피카소에게도 적잖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 보색관계의 교묘한 대립과 청결한 색면효과 속에서 색의 순도를 높여 확고한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마티스는 20세기 위대한 색채주의 화가로 회화의 개혁에 선봉이 됐다.

1905년 가을 파리에서 열린 살롱 도톤(Salon d'Automne)에 전시된 그림들이 '마치 사나운 야수(野獸)들의 모임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야수파(Fauvisme)다. 포비즘의 중심에서 지도자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앙리 마티스의 예술은 고흐의 색채 표현과 과장, 고갱의 장식적 색면, 쇠라의 점묘, 세잔의 견고한 구성 등을 가미해 감각적이면서 이지적인 조형의 세계를 추구해 나갔다. 혼란스러운 화면 구성보다는 질서와 안정된 구성이 주는 화려하고 경쾌한 터치로 마티스만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음악의 선율을 금방이라도 느낄 수 있는 그의 작품 〈음악(The Music)〉은 두 여인을 배경으로 관엽식물 몬스테라의 잎이 아름답게 장식돼 있다. 기타를 연주하는 여인과 음악을 감상하는 여인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유동적인 곡선의 이미지는 마티스 특유의 리드미컬한 음률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록,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이 주는 다이내믹한 분위기와 대위법으로 표현되는 대조는 야수파적인 경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선과 색채, 형태의 혁명적인 변화와 조화를 만들어 낸 마티스의 이러한 화풍은 표현주의와 추상주의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조의 변화에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했다.

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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