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있는 묘사를 위해서는 도드라지게 그리는 것보단 흐리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구상회화의 대가 구자동 화백은 그림 앞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뜻밖이다. 사진보다 더욱 생생한 사실감을 전달하는 작품의 비결이 '지우는 것'이라니 말이다.
관람객들에게 완벽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작가에겐 '예전 같으면 미완성 작품'이다. 유약 처리가 완벽하게 표현된 화병을 자세히 보니 가장자리가 흐릿하게 처리돼 있다. 그림 안에서 긴장과 '조으는 것과 푸는 작업'이 잘 조화돼 보는 이로 하여금 평온한 감정을 갖게 한다.
구 화백은 사물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지털 사진이 아닌 실물을 앞에 놓고 그림을 그린다. 특히 빛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항상 햇빛의 방향과 양이 같은 시간대에만 그림을 그린다. 빛의 각도에 따라 색감이 달리 표현된다. 작가의 이런 철두철미함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돼, 실제 사물 이상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빵은 갓 구워낸 듯 촉촉한 질감이 살아있고 꽃은 생화 이상의 생생함이 있다. 특히 인물은 밝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행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갤러리 소헌에서 열린다. 정물과 인물이 있는 실내 풍경을 주제로 한 최근작 20여점이 전시된다. 053)426-062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