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을 전쟁과 평화의 도시로]<하>

성당8곳…곳곳 천주교 성지·유적지 "신앙 근운지 묶어 순례코스 개발하자

지난해 한국진출 100주년을 맞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왼쪽 건물이 구성당이다. 칠곡· 조향래기자
지난해 한국진출 100주년을 맞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왼쪽 건물이 구성당이다. 칠곡· 조향래기자
한티성지의 마을 풍경. 천주교 박해 당시 순교자들이 살던 집이다. 칠곡·조향래기자
한티성지의 마을 풍경. 천주교 박해 당시 순교자들이 살던 집이다. 칠곡·조향래기자
서울의 명동성당과 같은 시대에 건립한 가실성당의 풍경. 칠곡·조향래기자
서울의 명동성당과 같은 시대에 건립한 가실성당의 풍경. 칠곡·조향래기자

칠곡은 천주교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칠곡은 우리나라에서 성당이 가장 많은 군 단위 지역이다. 가실성당·왜관성당·동명성당 등 성당이 8개에 이른다. 특히 가실성당은 서울의 명동성당과 같은 시대에 건립된 유서깊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국진출 100주년을 맞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자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칠곡과 천주교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칠곡에는 또한 천주교 박해의 상징인 신나무골 성지와 한티 성지가 있다. 한 지역에 천주교 성지가 2곳 이상 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칠곡은 '평화의 도시'로 불릴만하다.

게다가 칠곡 왜관은 신부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을만하다. 순심고의 경우 왜관수도원 근처에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과 칠곡이라는 종교적인 분위기 때문에 일반계 고등학교로서는 가장 많은 성직자를 배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 가톨릭 교회사에도 등재되지 않은 중요한 종교적 발자취가 새로이 밝혀졌다. 왜관읍 봉계리 윗마을인 장자골 신자촌에는 천주교 박해 무렵인 1860년대부터 성당 공소가 설치, 운영되었고, 29가구에 100여명의 신자들이 거주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이곳에 골프장이 조성되기 전에만 해도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돌담과 옹기를 만들던 가마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뚜껑식 토광묘에서 청동 십자가가 출토되기도 한 장자골은 다름 아닌 김수환 추기경이 군위에서 피란을 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 신나무골 성지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던 신동성당 마백락 평신도회장은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장자골과 신나무골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 나섰던 일을 들려준다.

이 같은 가톨릭과의 질긴 인연 때문에 칠곡에서는 "지역 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천주교 신앙의 근원지와 순교의 유적지를 한데 묶어 성지순례 코스 등 테마형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향토의 역사·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이수헌 왜관농협 조합장은 "천주교 박해 당시 신자들이 숨어살던 장자골이 지금은 골프장으로 변했고, 옹기터 사진과 작은 팻말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영남지역 가톨릭 교회의 시발점이었던 신나무골 성지에서 한티 성지로 이어지는 중간 기착지에 기념관이나 청소년수련관을 건립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즉 신나무골 성지에서 장자골 신자촌 위쪽 능선으로 연결되는 임도(박해 당시 신자들이 목숨 걸고 걷던 길)를 성지순례길로 복원하고, 인근 지천면 백운리의 폐교를 수리해 기념관이나 청소년수련관을 건립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평화의 고장 칠곡을 브랜드화하고 테마 관광상품울 개발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연계한 성지순례 코스개발이나 박물관 건립방안도 제기된 지 오래이다. 수도원에 있는 분도출판사 김재호 상무는 "수도원이 부지를 내고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해 옛 성당을 리모델링해서 박물관을 건립할 경우 최근에 공개한 겸재 정선의 그림 등 귀중한 역사자료와 종교적 유산이 어우러진 특별한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건물 자체가 볼거리이자 문화적인 가치를 지닌 옛 성당 건물이 있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성지와 성당은 물론, 구상 시인의 문학세계와 구도자적인 발자취가 남아 있는 구상문학관과도 연계한 투어코스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도원 관계자는 박물관에 수사 등을 파견해 관리비를 최소화하는 방안까지 제시해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원 건너편에 위치한 순심고를 이전하고 이곳에 종교 박물관을 세우고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성지와 성당 그리고 전적지를 연계한 투어버스를 운영한다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칠곡은 '전쟁의 도시'였기 때문에 더욱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칠곡의 경쟁력이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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