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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유태인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

그는 정신이상자도, 성격파탄자도, 타고난 악인도 아니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자식을 끔찍히 아끼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범속한 인간에 의해 유태인 600만명이 가스실로 보내졌다. 아돌프 아이히만. 그에게 '괴물'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가 보여준 '악의 평범성'에 아연실색했다. 그는 악마적 의도를 가지고 유태인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명령에 따라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했다. 당연히 양심의 가책도 없었다.

1906년 오늘 태어난 그는 학업성적이 나빠 실업학교로 가야했던 열등생이었고 이렇다 할 직업도 없었다. 엉겁결에 군에 입대해 친위대 장교가 됐지만 나치의 정강도 몰랐고 히틀러의 '나의 투쟁'도 읽지 않았다. 유태어의 한 갈래인 이디시어에 능통해 유태인 문제의 총책임자가 됐다. 2차대전 종전후 아르헨티나로 탈출해 숨어살다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이스라엘로 압송됐고 1년6개월의 재판 끝에 1961년 5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죽기 전에 그는 참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또 만납시다. 나는 지금까지 신을 믿으며 살아왔고 신을 믿으며 죽어갈 거요."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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