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아야하는 봉사? 신나는 즐길거리!' 나눔 문화의 진화

'동그라미 댄스봉사단'의 곽차영(대구 동구 신평동·66·여)씨는 즐기면서 나눈다. 매달 한번씩 동구 불로동 요양원 무대에 올라 2006년부터 1주일에 2번씩 취미로 노인복지관에서 배운 스포츠댄스와 사교댄스를 선보인다. 무대에 오르는 봉사단 10명은 64세에서 76세까지 어르신들.

3년째 댄스 봉사를 하고 있는 곽씨의 봉사 마일리지는 벌써 100시간을 돌파했다. 곽씨는 "즐기려고 배운 춤이 요양원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며 "이 나이에 배운 것을 봉사 활동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나눔 문화가 '즐기는 나눔'으로 진화하고 있다. 청소나 빨래, 식사 보조 등 격무에 한정됐던 봉사 형태가 즐기면서 나누는 양상으로 바뀌면서 취미와 직업이 봉사의 도구가 되고 있다.

'신나는 나눔 문화' 확산은 봉사 연령과 직업의 벽도 허물었다. '함께 즐기는 놀이 같은 봉사'를 뜻하는 '볼런테인먼트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자원봉사자들은 참고 견디는 희생을 넘어 봉사 대상자와 어울려 함께 즐기고 배운다.

아마추어 탁구 마니아 이민재(수성구 만촌동·26)씨의 자원 봉사직은 '탁구 코치'다. 지난해 3월부터 안심 제1종합사회복지관에서 10여명의 저소득 가정 자녀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고 있다. 이씨는 "10년 취미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즐겁다"며 "탁구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과 자세를 배우면서 양보, 협동을 알게 돼 아이들도 한결 밝아졌다"고 말했다.

청곡종합사회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장애아동 18명에게 매주 화요일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신두원(39)씨 경우 평생 직업을 자원봉사로 이어가고 있다. 수성구 시지동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신씨는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게 태권도라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했다"며 "불편한 몸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잘 어울리는 장애 아동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편견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웃었다.

즐기면서 함께 나누는 문화는 양적 팽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자원봉사 종합관리시스템 등록자 수가 27만명을 넘어서 전체 대구 시민 10명 중 1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자원봉사센터 이은자 팀장은 "즐기면서 함께 하는 봉사 문화가 자원봉사 당사자들의 적극성을 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며 "자원봉사센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맞춰 봉사자를 모집하던 방식이 봉사자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고, 만족도와 성취감이 높아 중도 포기가 드물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