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사업 현장을 가다] <하> 칠곡·강정·달성·합천보

소음 보상가 마찰 일부 工期 지연…환경파괴 우려 목소리도

낙동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수질오염과 홍수시 강 범람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위쪽부터 강정보와 합천보 공사 현장.
낙동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수질오염과 홍수시 강 범람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위쪽부터 강정보와 합천보 공사 현장.

낙동강 사업이 강 준설과 보(洑) 건설을 앞세워 가속도를 내고 있다. 모두 8개 보 가운데 칠곡·강정·달성·합천보 등 하류 쪽 보 현장은 구미·낙단·상주보 등 상류 쪽보다 공정률이 높다. 3월 현재 칠곡보 10.2%, 강정보 7%, 달성보 15%, 합천보 9.8%의 공정률을 각각 보이고 있다. 맑은 물과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생태환경 파괴와 홍수,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도 높다.

◆칠곡보(24공구)

6·25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낙동강 철교 옆을 지나 석적·구미 방향으로 가다 보면 강폭이 좁은 협곡에 다다른다. 칠곡보 공사현장이다.

강폭 400m 중 절반 이상은 가물막이가 쳐져 있다. 축구장 6, 7개 정도 넓이로 사방을 철제빔으로 둘러친 가물막이 안에는 보 설치를 위한 구조물 공사가 한창이다. 굴삭기가 바닥의 바위를 캐내고 있고, 차에서는 콘트리트 타설작업을 위한 레미콘을 토해내고 있다.

김정수 24공구 감리단장은 "농지 리모델링을 위한 사유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준설토를 강 밖으로 실어내지 못하고 제방 쪽에 쌓아두고 있다"며 "정부가 공기 단축을 독촉하면서 사전 정지작업을 제대로 해놓지 않아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칠곡보는 칠곡 가산바위 전설을 구현한 스토리텔링 '철우이야기'를 기본 바탕으로 낙동강 물길을 형상화해 설계했다. 보 길이 400m(고정보 232m, 가동보 168m)의 롤러게이트 수문형식으로, 달성·강정보에 비해 다소 둔탁하고 육중한 모습이다.

◆강정보(23공구)

금호강 강창교를 건너 달성군 다사읍 강정유원지에 들어서자 '지장물 현실가 보상하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죽곡정수장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랐다. 다른 곳과 달리 공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주민들이 '시트 파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나는 공사소음 민원을 제기, 소음측정 기준치 초과로 달성군으로부터 '소음진동 행위중지' 명령을 받은 탓이다. 소음방지막 보완 공사를 하고 소음도를 다시 측정한 뒤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곳은 민원 등으로 유일하게 야간작업을 하지 못하는 공사장"이라며 "보상가를 둘러싼 주민들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공기가 2개월가량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 형태는 대구의 상징인 첨단 과학과 패션에다 가야 토기인 각배와 가야금을 형상화했다. 고정보에 해당하는 월류지역에 '물풍금' 시설을 설치, 물이 넘치면 소리가 나도록 설계했다. 또 보 중간에 강을 조망할 수 있는 탄주대와 체험공간인 낙락섬을 설치했다. 보 위에는 일반 차량까지 다닐 수 있도록 공도교를 2차로로 건설할 예정이다. 길이 953.5m(고정보 833.5m, 가동보 120m)로 낙동강 보 가운데 가장 길다.

◆달성보(22공구)

대구에서 국도 5호선을 따라 현풍 방향으로 위천삼거리를 지나 약산온천 앞에 이르면 달성보 안내판이 보인다.

공사장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강 중간에 사방을 철제빔으로 둘러싼 축구장 7, 8개 정도 넓이의 가물막이다. 바닥 상당 부분은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끝내고 공도교량 설치작업으로 분주하다. 6월 말까지 강 중앙 가물막이 공사를 먼저 끝낸 뒤 2·3차로 양쪽 가물막이 공사를 해 홍수 등에 대비한다는 것.

안홍기 22공구 차장은 "달성보가 낙동강 살리기 선도사업장으로서 밤낮을 쉬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벌써 공정률이 15%선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흙과 모래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과 대형크레인, 굴삭기 등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달성보는 길이 580m(고정보 418m, 가동보 162m), 저류량은 5천600만㎥로, 낙동강을 항해하는 배를 형상화했다.

◆합천보(20공구)

합천보 건설현장인 20공구는 왼쪽으로 경남 창녕군 남지읍 시남리에서 창녕군 이방면 송곡리, 오른쪽으로 경남 의령군 낙서면 정곡리에서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구간이다.

합천군 청덕면 주민 500여명은 지난해 11월 27일 4대강 16개 보 중 처음으로 '합천보 건설 지지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기초 지반 보강을 위한 파일작업, 콘크리트 타설 등으로 분주했다. 현재까지 공정률 9.8%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합천보는 총 공사비 2천483억을 투입해 총 연장 675m, 폭 11.5m로, 국내 최대 습지인 우포늪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제198호 따오기가 하얀 날개를 펼쳐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기대 반 우려 반

낙동강 사업과 관련, 보상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수질오염과 홍수시 강 범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구미지사 이동환 차장은 "다음달 실시설계를 마친 뒤 농경지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일부 특작농민들이 지장물 보상에 이의를 제기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미 해평면이장협의회 최이호 회장은 "낙동강 준설토로 성토하는 사업에서 제외된 농경지가 공사 뒤 저지대로 바뀔 수 있어 불안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최근 중금속이 함유된 오니토와 관련, "중금속 함유량이 하천, 전답 허용기준치에 휠씬 못 미치고 외국 환경기구(NOAA)의 연구기준에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암물질을 비롯한 중금속 오염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환경지킴이'로 알려진 지율 스님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강의 모습을 잘 기억하라"며 낙동강 순례단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700여명이 낙동강을 순례했다. 상주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의 이국진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낙동강을 걸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 낙동강 사업으로 인해 생태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다.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에 대해 낙동강 사업 현장 관계자들은 "6월 말 이전에 가물막이 공사를 끝내기 때문에 홍수피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합천·김도형기자 kdh02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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