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차'가 헛바퀴를 돌고 있다.
이달 30일부터 전기차의 도심 주행이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 시스템 마련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주행을 위한 운영 구역 지정과 진입 안내판이 전무한데다 충전시설, 자동차 보험제도조차 전혀 준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기차 주행은 도로에 나서는 순간부터 불법이 될 지경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최고 시속 60㎞ 이내 전기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령이 30일 시행된다. 법령에 따르면 전기차는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한 도로망 중 기초 시·군·구의 장이 해당 경찰서장과 협의해 선정한 구간만 달릴 수 있다. 또 안전표지판 설치 등 교통안전에 관한 사항 등을 고시해 주민 공람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는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도 전기차 운행에 대비한 인프라 확보를 외면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운행 구간 지정, 안내판 및 충전시설 설치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준비된 게 없다"며 "국토부가 법을 고쳐 도로 주행을 허용하면서도, 도로 지정을 비롯한 세부 지침을 각 지자체장의 재량에 맡긴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후속 제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독일·일본 등지 선진국과 달리 정부 보조금이 전혀 지원되지 않아 대당 전기차 가격이 1천500만~2천만원을 호가한다. 경차 크기의 전기차를 몰기 위해 일반 준준형 차량의 값을 지불할 운전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운전자들은 자동차보험에도 들 수 없다. 국토부가 법을 개정했으나 자동차보험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를 사더라도 일반도로를 다니려면 무(無)보험으로 주행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같은 공공기관은 35대의 구매 의사를 발표했지만 개인적으로 차를 사기 어려운 환경이다.
대구대 자동차산업기계공학부 이덕영 교수는 "충전시설 부족이 심각하다. 아파트에 사는 운전자들 경우 집 콘센트에서 주차장까지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가솔린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각각 100년, 10년의 역사 속에 안정성을 시험받아 왔다는 점에서 전기차 안정성도 세심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전기차(EV·electric vehicle)=화석 연료로 인한 피해를 줄일 친환경 상품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주요 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품. 미국이 2015년까지, 독일은 2020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일본도 도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기차 급속충전소를 늘리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축적된 전기로 모터를 회전시켜 차를 움직이는 방식. 국내 가정용 전기 콘센트를 이용해 방전상태에서 완전히 충전하려면 4시간 걸린다. 전기요금은 한달 1만원 수준.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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