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기는 한철 피었다 지는 '벚꽃'이 될까, 아니면 연중 꽃을 피우는 '무궁화'가 될까. 막걸리 업계의 영세성과 수입산 원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막걸리 고급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잇따라 마련했다. 이대로는 막걸리의 인기를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역 막걸리 업계도 국내산 원료 사용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막걸리 관련 대책 잇따라
정부는 막걸리에 대한 품질인증제와 원료의 원산지표시제를 잇따라 도입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8월부터 막걸리의 '품질인증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질 좋은 막걸리에 정부가 인증하는 '마크'를 부착하고 공공기관이 막걸리를 구매할 때는 인증제품을 우선 순위에 둔다는 것. 농식품부는 이른 시일 내에 품질인증제 대상품목과 표시방법, 인증절차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지난해 국세청이 추진했던 주류 품질 인증제 계획을 승계하려고 한다"며 "전통주진흥법 시행에 맞춰 막걸리와 청주에 대한 품질인증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류품질인증제가 실시되면 생산자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정부가 인증한 제품을 더욱 신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거짓으로 인증을 받을 경우 인증은 취소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주류품질인증제는 지난해 국세청이 약주와 과실주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했고 약주 41종과 과실주 43종 등 총 84개 제품에 대해 품질인증서를 내 준 바 있다.
또 7월부터는 소주, 맥주, 막걸리 등 주류 원료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원산지표시제가 도입되면 원료의 명칭 및 함량, 면세여부, 유통기한 등 외에도 술의 주된 원료가 생산된 국가나 지역도 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개월 범위 내에서 제조나 출고의 정지처분을 받게 된다.
◆지역 막걸리도 대책 마련 나서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지역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품질인증마크를 받기 위해 비효율적인 시설을 개선하고 제품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되도록 날씨와 습도, 온도 등 환경 변수를 제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원산지표시제 실시로 소비자들이 국산 원료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입원료를 사용하는 대구탁주는 국내산 쌀을 사용한 제품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이종진 대구탁주협회장은 "불로막걸리는 정제화된 효모가 아닌 직접 효모를 배양해서 쓰기 때문에 타지역 막걸리와는 맛이 차별화돼 있다"며 "지역민들의 입맛에 맞춘 고객 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국산 원료를 사용한 주류를 선호할 경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막걸리 원료 대부분은 물론, 소주는 50%, 맥주는 20~30% 정도를 수입산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 국내산 원료를 사용할 경우 공장도가에 비해 20~30% 정도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장수 비결은 품질 관리
전문가들은 막걸리의 인기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품질 관리와 고급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국적으로 780개에 이르는 막걸리 제조장 가운데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과 위생을 갖춘 공장은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시장의 70~80%를 점유하는 상위 20개 업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의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것. 특히 농촌에 산재한 소규모 업체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효율은 떨어지고 기술 개발은 정체돼 있다.
막걸리를 지역 특산주로 고급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단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소주나 맥주와 달리 막걸리는 지역 특산품처럼 각 지역의 고유한 물맛과 재료 맛을 살려야 한다는 것. 전국 780개 공장을 통합하거나 합병하기보다는 지역별로 품질기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로 조합을 결성해 표준제조방법을 만들어야 브랜드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며 "청도 등 막걸리의 거점 지역을 발굴하거나 100년이 넘은 양조장을 관광 상품화하는 등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띄워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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