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한나라당의 법원 제도 개선안에 대해 즉각적인 비판 성명서를 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전례 없이 개선안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사법부의 훼손을 우려하고, 존중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입법권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도 있어 사법 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개선안은 파격적이다. 대법관 수를 현재의 14명에서 24명으로 늘리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제한했다. 또 대통령 직속의 양형위원회를 설치해 양형 기준을 법제화하고, 모든 판결문을 공개하는 조항도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관의 대폭 증원은 바람직하지 않고, 인사는 대법원장, 양형은 법원의 고유 권한이라며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정권의 사법부 장악 의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빌미는 사법부가 제공했다. 법원은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이라는 같은 사안에 대해 판사의 개인 성향에 따라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일부 성폭력범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하게 처벌해 제2, 제3의 범죄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사법부 개혁 요구에 대해 보인 미온적인 태도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한나라당의 제도 개선안은 적절하지 못하다. 아무리 입법권이 국회의 고유 권한이라 하더라도 사법부를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번 안이 대법원과는 최소한의 조율도 없었다면 입법권을 앞세워 사법권을 침해하겠다는 선포와 다름없다,
또한 시기도 맞지 않다. 대법원은 이미 최근 엇갈린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고쳐 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나선 것은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많은 대법관이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고, MBC PD수첩 사건 등 민감한 사안이 잇따라 현 정권의 뜻과 맞지 않게 나오자 보수층의 여론몰이 끝에 나온 것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사법부도 문제가 있다면 그 권위와 관계없이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편의가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법 개정이 가능한 의원 수를 가진 거대 여당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사법부의 개혁을 추진한다면 법치국가가 아닌 독재국가나 같다. 이는 사법부 입장에서도 있을 수 없는 치욕이다. 권위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제도 전반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스스로 개혁하는 것만이 사법부와 국회를 모두 살리는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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