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박인환(1926~1956)은 '불행한 시인'이다.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말에 그리 능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시인 김수영) 그래서 외래어와 이미지를 가득 담은 시를 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시대가 그러했다. 식민지 청년으로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집에서는 조선말을 쓰는 모순적인 환경에 살았다. 성장기를 그렇게 황폐하게 보냈기에 과잉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했을 것이다.
죽음도 허망했다. 1956년 오늘, 30세의 한창때 술 마시고 귀가하다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몸이 약한데도 술을 좋아했다. 친구들은 돈이 없어 실컷 마시지 못했던 술(조니 워커)을 관에 부어주며 슬퍼했다. 그는 갔어도 시는 영원히 남았다.
봄인데도 스산한 추위를 느끼게 하는 요즘, 박인희가 곡을 붙여 부른 '세월이 가면'이 듣고 싶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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