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적잖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나누면서 자신만의 보람과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풍선아트, 수학 등 생활 속 취미나 특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쁨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재능기부를 하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저소득층 수학 과외 문광우씨
문광우(25·영남대 기계공학과 3년)씨는 수학 과외를 한다. 물론 대가를 받는 과외가 아니다. 그는 매주 화요일 중학생 2명을 무료로 가르친다. 자신의 지식을 활용한 재능기부자인 셈.
문씨는 현재 굿네이버스 대구지부에서 운영하는 굿프렌즈 5기 회원이지만 이미 4기 때부터 참여하고 있는 경력자다. "평소 단순한 봉사보다는 저의 특기를 살려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학교에 굿프렌즈 모집 플래카드가 걸린 걸 보고 주저없이 신청했죠. 굿프렌즈란 봉사단체가 대구경북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굉장히 높거든요. 경쟁률도 3대 1, 4대 1에 이르죠. 그렇다 보니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있어요."
보통 굿프렌즈는 6개월 단위로 기수를 모집하는데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중학생들과 정이 들어 계속 학습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중학생에 초등학생까지 맡아 과외 시간이 하루 6시간으로 늘었다. 그래도 그는 즐겁기만 하다. 특히 아이들과 인간적인 교감이 이뤄질 때는 뿌듯하다. "제가 표정이 안 좋으면 학생들이 무슨 일이 있는지, 어디 아픈 데가 없는지 물어봐요. 진심으로 다가와주는 게 느껴지죠. 그럴 땐 제가 오히려 고맙고 행복해요."
그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저소득층 아이들이다. 평소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을 방과후에 별도로 가르치고 있는 것. "성적은 대체로 중위권 이상입니다. 한 학생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내심 자율형 사립고를 생각하고 있죠. 특히 수학을 잘하는데 선행학습을 통해 계속 그 성적을 유지하도록 도와줘야죠."
문씨는 학생들과 공부만으로 교감하지 않는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도 보고 저녁도 같이 먹는다. 마치 친형처럼 어울리는 것. 특히 지난해 말 학예회 때 모습은 아직도 또렷이 남아 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이 학교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실력파였죠. 저도 기타 치는 게 취미였고요. 그 학생과 둘이서 학예회 때 기타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이후로 그 학생과 더욱 친해졌어요."
그는 최근 스펙을 쌓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여느 대학생처럼 어느 정도 목적의식(?)을 갖고 봉사에 임했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봉사 자체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봉사라는 것이 결국 사람과 사람과의 교감이라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문씨의 모습을 지켜보던 주위 친구들도 같이 봉사를 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풍선아트 공연 강은미씨
평소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는 수필가 강은미(42·여)씨. 그녀는 배우는 족족 바로 봉사에 활용하는 실속파다. 지금은 주로 풍선아트를 활용하는 그녀는 20대 후반 동화구연으로 자원봉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공공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동화구연 무료 강좌였다. "처음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단순히 남들과 나누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으니까 가진 기술이라도 봉사에 써먹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동화구연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어르신 배움교실에서 한글 강좌도 맡았다. 특히 어르신 한글강좌는 일주일에 두 차례씩 꼬박 4년을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한글을 배우려고 열의를 보이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어요. 그분들이 조금씩 한글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꼈죠." 그러는 사이 그녀는 복지관에서 풍선아트 강좌도 수강했다. 취미 활동을 겸해 배운 풍선아트는 곧바로 실전에 써먹었다. 5년 전부터 장애인시설을 방문해 풍선아트 공연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것. 지금은 햇살문화봉사단이란 단체에 소속돼 한달에 2, 3차례 정기적으로 시설·단체를 찾아간다.
그녀는 혼자 활동할 때보다 봉사단에 소속돼 있는 것이 여러 면에서 낫다고 했다. "단체에 있으니까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모이더라고요. 그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재미도 있고요." 그녀는 최근 페이스페인팅을 봉사단 회원에게 배웠다. 얼마 전에는 봉사단에 폼아트를 하는 사람이 합류해 조만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지금은 자신의 아들들까지 봉사 현장을 따라다닌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자기들이 먼저 앞장서요."
그녀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감동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특히 7년 전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 정신병원에 봉사를 갔을 때였어요. 당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제가 많이 늦었거든요. 봉사활동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게 생명이에요. 봉사를 받는 사람들이 눈이 빠져라 기다리니까요. 늦게 도착해 미안하다고 하자 '선생님, 괜찮습니다. 저희는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라며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더라고요. 그때 정말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강씨는 "풍선을 통해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부대끼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면서 "앞으로도 다른 기술들을 계속 배워 재능기부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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