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돈은 있다가도

누구라도 행복에 대해 조금씩은 알고 있다. 제대로 표현은 하지 않아도 이것이 행복이구나 하고 느낀다. 그렇지만 확신을 갖지는 못한다. 오히려 행복하다고 외치면 행복이 도망갈까봐 두려워한다. 행복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의 상대말은 부자이다. 재물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재물은 다른 재물을 끌어당기게 되어 있다. 부자들이 소유에 집착하는 이유다. 심한 경우에는 사람이 재물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재물이 사람을 소유해 버리기까지 한다. 끝없는 욕망 앞에서 절제가 필요하다. 절제는 소유욕 앞에서 멈출 줄 아는 자세다. 우리는 부와 가난의 구별을 물질의 많고 적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부자는 소유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이따가 오너라."에서 '있다가'와 '이따가'를 구분해 보자.

'있다가'는 '머물다가'와 비슷한 뜻으로, 존재의 뜻을 나타내는 '있-'에 어미 '-다가'가 결합한 용언의 활용형으로 "있다가도 없다."로 쓰인다. '이따가'는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부사로 보통 사투리로 잘못 알고 있지만 표준어다. '조금 뒤에' '잠시 후'라는 뜻으로 준말은 '이따'이며 "이따가 말해 줄게."라고 쓴다.

어떤 사람이 거저 복받은 듯이 보이더라도 그렇지 않다. 누군가 그를 위해 자선과 선행을 베풀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선을 남의 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돈을 많이 가진 부자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 한마디'로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자선이다. 작은 행동 하나가 다른 이에게 희망이 되었다면 이 시대 최고의 선행인 것이다. 희생과 절제는 아무리 작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남을 위한 것이라면 위대한 것이 되니까.

법정 스님이 3월 11일 입적했다. '무소유' '산방한담' '아름다운 마무리' 등 수많은 저서와 법문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스님은 생전에 '무소유'의 삶을 설파하고 실천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라고 한 스님은 "사리도 찾으려 하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며 무소유의 가르침 그대로 가셨다. 스님은 특히 작년 2월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아름다운 종교 화합의 모습을 보여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흔히 마음을 맑게 하라고, 비우라고 한다. 마음이란 말이나 관념으로 맑아지고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선행을 실천했을 때 마음은 맑아진다. 선행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일이다." 법정 스님이 1994년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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