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종교는 사회와의 활발한 교류와 교감을 통해 종교의 참신앙을 알리고 있다. 천주교도 그러하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주교)는 100년의 시대를 뛰어 넘어 안중근 의사를 만난다.
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행사를 활발히 벌이고 있는 대구대교구와 순국 100년을 맞이한 안중근 의사의 만남 자체가 특별하다. 안 의사는 천주교 신자(토마스)이기도 했다. 대구대교구는 안 의사 순국 100년이 되는 3월 26일 오전 10시 국립대구박물관 대강당에서 조환길 주교의 집전으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이번 미사는 성당이 아닌 박물관에서 열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사는 안 의사 순국 100년을 추모함과 동시에 내년이면 서울에 이어 대구에 가톨릭교구가 설립된 지 100년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뜻깊은 행사다.
일제 당시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그 중심 인물들이 천주교 신자였고, 안중근 의사도 가톨릭인으로서 평양지역 국채보상운동의 중심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미사를 통해 생생히 알려진다. 또 100년 전 대구 계산성당에서 만주 뤼순 감옥에 갇힌 안 의사를 위해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는 사실도 안 의사와 대구대교구와의 각별한 인연을 엿볼 수 있다.
한편으론 일제 치하의 제도 교회에서는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시를 저격했던 안 의사를 정당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 의사 순국 84년 만인 1993년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공개 사과로 의거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김 추기경과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첫 공식 추모 미사가 거행된 것이다.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김 추기경이 일제 치하의 한국 가톨릭교회가 범한 과오를 사과하고, 바로잡은 것은 한국 교회사의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에서 노인은 물론 이념과 관계없이 남북한 모두가 안 의사를 존경하고 있다. 이번 추모 미사에선 일제에 항거한 독립투사 안중근은 물론 가톨릭 신앙이 절실했던 안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안 의사는 부친 안태훈(베드로)을 통해 천주교에 입교했고, 홍석구(조셉 빌렘) 신부와 민덕효(찰스 뮈텔·일제 당시 조선교구장) 주교와도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안 의사는 옥중 전상서를 통해 홍 신부와 민 주교에게 가톨릭인으로서의 안중근을 전했고, '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다'(天堂之福 永遠之樂)이라는 순국 관련 유묵도 여러 점 남기기도 했다. 대구박물관 학예연구실 정경임 팀장은 "안 의사는 천주교 교리에서 암울한 세상을 바꿔 새 시대를 여는 열쇠를 보았다. 이러한 신앙심은 향후 민권·민족의식으로 성장했고, 나아가 민족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또 정 팀장은 "한국 가톨릭에서는 신앙인으로서의 안 의사를 주목하고 있고, 지금 그 명예를 높이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박물관은 안 의사 추모 미사와 함께 4월 25일까지 '순국 100년 안중근 국채보상운동, 동양평화로 피어나다'라는 주제의 특별전도 열고 있다.
특별전에는 안 의사가 직접 쓴 친필 유묵 23점과 관련 자료 30여점,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 30여 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안 의사의 작품·사진·관련 자료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조명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시 작품 중 13점은 국가 보물로 지정됐고, 일본의 소장품 3점이 첫 공개되는 등 단기 전시 유물 보험평가액만 160억원에 달한다.
전시 기간 중에는 국내 안 의사 연구 전문가들이 벌이는 릴레이 강연 '동양평화학교', 한·중·일 대표학자들이 안 의사를 각 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평화포럼', 이상화·이육사 등 '민족 시인을 기리는 시 강연회' 등 다채로운 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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