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로 전국적 오명(汚名)을 썼던 청도와 영천, 이번 지방선거만큼은 깨끗하게 치러내 그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청도, 영천에 사는 주민들은 물론 이 지역 출향인들은 선거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로 자치단체장은 물론 주민들이 무더기 구속된데다 주민들이 목숨까지 끊는 등 선거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가 전 국민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청도, 영천에서는 이번 선거에선 한치의 부정이 없는 공명선거로 지역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가운데 과열선거로 부정선거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탁도'(濁道)에서 청도(淸道)로"="돈 봉투 주는 후보는 절대 찍지 않을 겁니다." 청도소싸움 축제장에서 만난 청도 주민들은 돈 선거와 관련해 "요즘 어떤 시절인데…. 돈은 줘도 안 받겠다"며 돈 선거와 관련 청도가 주목받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었다. 청도읍 한 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은 "언론에서 자꾸 3년 전 과거사를 되묻곤 하는데 망신은 그만큼 줬으면 된 것 아니냐"고 했다. 주민 박모(68)씨는 "부끄럽지 않은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며 "돈을 받은 주민도 잘못이지만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가 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청도는 2007년 12·19 군수 재선거 과정에서 금품 살포 사건이 불거지면서 주민 2명이 목숨을 끊었고 당시 정한태 군수가 구속되고, 주민들의 집단 자수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혹독한 시련 탓인지 이후 청도지역 선거에서 돈 선거는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6·4 군수 보궐선거와 농·축협 조합장 등 그동안 6번의 선거가 비교적 투명하게 치러졌다는 게 주민의 중론이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돈 선거와 관련 "낙관은 아직 이르다"며 경계하고 있다. 인구 4만5천명의 작은 선거구에서 선거전이 불붙으면 결국 돈 선거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인사는 "유권자가 적고 지연과 혈연 등으로 얽힌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돈에 의존하려는 후보가 나올 경우 그동안의 자정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도경찰서와 선거관리위원회도 불은 꺼졌지만 '불씨는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주민들 대다수가 금품 수수와 관련 겁을 내는 것은 분위기지만 아직도 '재수 없이 걸렸다'는 등의 시각도 없지 않다"고 했다. 후보들과 유권자 사이의 금품수수 방법이 더 교묘해지고 점 조직화할 가능성도 있어 선거가 끝나봐야 돈 안쓰는 선거 여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 주민 김모(47)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도가 부정선거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고, 청정선거를 이룩한 지역이란 평가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천, 돈 잘 쓰는 곳이란 오명 벗자"=역대 민선시장 3명이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중도 낙마한 영천의 도시 이미지는 부패로 얼룩져 있다. 여기에 2007년 12·19 시장 재선거 땐 무소속 후보 6명의 과열경쟁 및 금품수수로 낙선 후보와, 선거운동원 등 20여명이 구속되고 100여명이 입건됐다.
이에 영천 시민들은 "전임 시장들의 수뢰나 선거법 위반으로 영천의 도시발전이 다른 시·군보다 10년이나 뒤졌다"며 "이번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돈 잘 쓰는 곳이란 오명을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돈 선거 후유증을 앓은 영천 선거분위기는 아직 조용한 편이다. 19일까지 영천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도의원 3명, 기초의원 9명 등 12명 뿐이다. 시장 예비후보는 아예 없으며 현역의원들은 눈치를 살피며 등록을 미루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불법선거운동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다"며 "2007년 시장 재선거 당시 금품수수로 선거 브로커들이 많이 구속돼 공명선거의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의 공명선거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출마 예상자들도 부정선거 추방을 다짐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비방이나 흑색선전 없이 신사도를 발휘해 지방선거 중 가장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출마예상자들의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치열하고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태세여서 과열선거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영천·민병곤기자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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