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象牙塔). 대학의 다른 이름이다.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으로 폄하되기도 했다. 소를 팔아 세운 건물이라는 뜻이다. 1960, 70년대 가난한 농가의 경우 전 재산인 소를 팔아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기에 얻은 비아냥이다.
하지만 이젠 소를 팔아도 대학에 다닐 수 없게 됐다. 소 판 돈으론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0년 동안 소고기 생산자 값은 3배 오른 반면 대학등록금은 13배나 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990년에서 1996년까지 7년간은 매년 12.8~16.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렸다.
이제 대학은 우골탑을 넘어 '인골탑'(人骨塔)이 되고 있다. 소가 아니라 부모의 등골을 파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학비는 어느 정도 들까. 비수도권 학생들이 서울 지역 사립대학을 졸업하려면 1억~1억 1천만 원은 기본이다. 대학 등록금 4천만 원(1년 등록금 1천만 원×4)에 비슷한 액수의 생활비-이마저 최저 생계비다-가 필요하다. 여기에 요즘 대학생들의 '필수 스펙'이 된 1년간 해외 어학연수비 2천만~3천만 원을 보탠 액수다. 비수도권 지역의 소형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자녀가 두 명이면 중형 아파트 한 채를 팔아야 한다. 우골탑이 '아파트탑(塔)'이 된 셈이다.
대학에 '아파트탑'을 세워주고 졸업해도 극심한 취업난이 기다리고 있다. 요행히 대기업에 취업해도 10~15년을 근무하면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돈 많은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면 모르겠으나 학자금이라도 대출받은 처지라면 학자금 상환도 벅찬 기간이다.
비용 대비 편익을 분석하자면 우리 대학들의 등록금은 턱없이 비싸다고 할 수 있겠다. 기회비용을 고려해도 거품이 많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학벌 사회'인 점을 기화로 단지 졸업장 한 장 건네는 대가로 비싼 등록금을 챙기는 것이다. 최근 서울 모 대학교 3학년 여학생이 '본전 생각'나게 하는 대학 교육을 비판하며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교내에 붙여 화제가 됐다. 그 여학생의 물음에 대학들이 대답할 차례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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