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러시아 극동 지역과 사할린에 주목해야

올해는 한'러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경제적 성공 모델로 주목받았던 한국과 사회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과의 수교는 냉전체제의 한 축을 허무는 세계사적인 사건이었다. 러일전쟁 시기에 단절되었던 양국 관계가 수교로 다시 정상화된 셈이었다.

당시 양국의 수교로 정치적, 경제적 미래에 대한 서로의 기대는 무척 컸다. 그러나 현재의 양국 관계는 수교 초기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한'러 교역량은 1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해 1천400억 달러에 달하는 한'중 교역량에 비교할 대상도 못 되었다.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에 비춰볼 때, 양국의 교역 규모는 지금의 5~6배는 커져야 한다.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은 광대한 면적과 풍부한 천연자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회랑으로서의 역할 등으로 발전 잠재력이 무척 크다. 가스와 석유를 비롯하여 중석, 금, 다이아몬드, 우라늄, 철 및 비철금속, 희귀 금속 등 상업성 있는 광물자원이 70종이 넘는다. 여기에다 각종 임산 및 수산자원도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리한 자연 여건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개발이 오랫동안 지연되어왔다. 극동지역 연안에는 총 332개의 항구가 있으며, 이 가운데 11개 항구는 연중 운영되고 있다. 한반도와 극동 러시아와는 속초와 자루비노'블라디보스토크간 정기 항로뿐이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과 지역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하여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지역 발전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개발 활동을 진행해오면서 최근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몇 해 전 2013년까지 '극동 및 자바이칼 지역의 경제'사회 발전 연방 프로그램'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경제 상황과 각 지방별 투자 프로젝트 등을 상세히 밝히는 가운데, 2012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블라디보스토크 개발 계획을 별도로 구상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이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을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자원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일본을 그다지 환영할 리 없고, 중국은 자원 개발 이권을 챙길 뿐만 아니라 동북지역 중국인들이 이 지역으로 계속 넘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러시아는 한국인이 와주길 바란다. 러시아의 자원과 한국의 자본'기술이 결합하여 극동 및 사할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가 가능하다. 여기에다 북한 노동력을 끌어들이면 북한의 개방 효과와 함께 통일 기반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사할린은 가스와 석유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 할 정도로 자원이 무진장한 지역이다. 가스와 석유 자원 개발과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하는 한편 수산업, 아파트 건설, 항만 구축 등 중소 규모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이다. 극동지역 협력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정치'경제'사회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사할린의 경우 동포 사회의 역사적 기반과 고려인 출신의 지도적 인물과의 연고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은 우리 정부의 환동해권 전략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지만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서는 부산'대구지역의 지자체와 민간 주도의 도전적인 프론티어십도 기대된다. 모스크바, 페테르부르크 쪽으로만 쳐다볼 필요는 없다. 이제 러시아 극동지역과 사할린 쪽으로 우리의 눈을 돌려야 한다.

한'러 양국은 경제 협력과 발전적 미래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요인 해소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러시아 당국은 자원민족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며 거래 관행에서 국제규범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발생한 한국 유학생 테러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처리 방식은 한국인들의 우려와 실망을 자아내게 했다. 앞으로 이러한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러시아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기대된다.

학술, 예술, 스포츠 분야의 활발한 교류협력은 양국의 신뢰와 우호를 증진시킨다. 기업과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바람직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러시아의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자국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원한다. 지금 한'러 양국은 함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서로 굳게 손잡아야 한다.

조 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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