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PTV 수업' 서재중학교 가보니…

영어수업도 과학수업도 딱 우리취향 수업시간이 즐거워졌어요

대구 서재중학교 IPTV 활용 방과후 수업.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서재중학교 IPTV 활용 방과후 수업.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고교생 1만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많은 학생들이 기초실력 부족, 공부에 대한 무관심, 사교육 등을 제치고 '수업이 지루하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 IPTV수업을 개설해 교사도우미로 활용하고 있어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루했던 수업을 TV를 보듯 즐길 수 있어 수업의 지루함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도입 초창기에 비해 저작권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 교육용 최신 콘텐츠가 크게 증가하면서 IPTV를 수업 부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어 교사들에게도 인기다. 사교육을 줄이고 수업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재중학교 IPTV수업 현장을 찾았다.

15일 오후 대구 달성군 서재중학교 2학년 1반 7교시 영어 방과후 학습시간. 수업종이 울리자 교실 앞쪽 벽에 부착된 TV에선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 이야기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이 5분가량 방영됐다. 영화가 끝나자 담당교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리모컨을 통해 영화 속 대사중 주요 표현들을 화면에 띄워 반복학습을 진행했다.

이웃 반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서울지역 유명강사의 과학과목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화면에는 강사의 진행으로 지각변동과 관련된 동영상이 방영되고 있었고 학생들은 교사가 나눠준 강의 요약서를 참고로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지각변동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색깔별 고무찰흙을 학생들이 직접 준비해 양쪽에 힘을 주면서 인위적으로 지각이 융기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IPTV수업에서는 이러한 번거로움 없이 지각변동과 관련된 다양한 동영상이 화면을 통해 소개되고 있었다.

이날 IPTV를 시청각 교재로 수업을 진행한 김영선 교사는 "과거에는 수업준비물이 만만치 않았고 학생들이 실험을 하는 동안 장난을 치는 등 집중도가 낮아 교육효과가 낮았지만 IPTV수업을 하면서부터 아이들의 집중력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며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공부하게 돼 수업분위기도 좋아지고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이 학교 2학년 구민정양은 "방과후 학습으로 진행되는 IPTV 영어 수업시간이 제일 좋다"며 "즐겨 보는 영화를 영어수업에서 볼 수 있고 영어공부도 되고 취향에 딱 맞는 영어공부라서 신난다"고 했다. 같은 학년 최국희양은 "컴퓨터 모니터로만 보던 동영상 강의를 화면이 큰 TV를 통해 보니 화질도 좋고 실감이 난다. 특히 학교 IPTV를 통해 힙팝 댄스를 배울 수 있어 더욱 신나는 것 같다"고 했고, 정연우군은 "유명강사의 설명을 통해 부족했던 과목을 보충할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공짜라서 부담이 없다"고 좋아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체 방안으로 학부모들로부터도 환영을 받고 있다. 한 학부모는 "그동안 예능활동을 위해 아이를 대구시내까지 보내야 했던 불편함이 있었지만 방과후 IPTV수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더이상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한 학부모는 "무엇보다 더 이상 비산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도 아이가 원하는 예능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 학교가 IPTV수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인터넷TV(IPTV)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다. 2004년 개교한 신생학교라 교사진이 부족하고 인근에 학원이 별로 없어 다양한 교육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그 대안으로 IPTV수업을 선택한 것. 이 학교는 오는 8월까지 IPTV 활용 수업 시범학교로 지정돼 운영된다.

현재 수업 시간에 교사들은 영어와 국어, 수학, 과학 등 과목별 IPTV 콘텐츠(3분, 5분 동영상)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방과후에도 IPTV를 통해 학생들은 서울 유명강사의 수업 동영상을 보며 공부할 수 있다. 별도의 학원에 등록해 부족한 학습량을 채울 필요가 없어 사교육비 절감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 역시 IPTV수업의 장점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할 때만 해도 1만5천편이었던 교육용 콘텐츠가 올해 2월 말 기준 13만6천편에 달한다. 편리하게 개선된 IPTV 콘텐츠 검색 기능도 교사들의 호응도를 높이고 있다.

김영선 교사는 "그동안 교과목과 관련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사용했다. 그러나 원하는 부분만 잘라내서 보여주기가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 번거로웠다"며 "최근 KT에서 나온 '쿡 TV' 서비스에선 필요한 동영상만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동영상 시청 때마다 종종 끊김 현상이 발생하고 낮은 실력의 학생들에겐 부적절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보편적인 교육 기회 충족이란 측면에서 많은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 이상택 교장은 "뉴미디어 기술로 대표되는 IPTV의 활용은 공교육을 통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좋아하는데다 IPTV수업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만큼 정규수업과정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igs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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