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전통찻사발축제 깨지는 소리…반쪽행사 위기

도예단체간 주도권 다툼에 도예인 대거 불참설

4월 30일부터 10일 동안 열릴 예정인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인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도예 단체 간 주도권 다툼과 유명 도예인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인해 문경지역 도예인 35명 중 22명가량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알려져 '반쪽행사'가 될 위기에 처했다.

표면적으로는 축제추진위원장을 누가 맡느냐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지만 특정 협회가 전통 고수라는 명분으로 일부 도예인들의 참여를 막고 사실상 축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경지역에는 김정옥, 천한봉, 이학천 등 3명의 대한민국 도예명장을 비롯해 모두 35명의 도예인이 협회를 구성, 작품활동을 해왔으나 지난해부터 특정 명장을 중심으로 협회가 둘로 나뉘어 축제추진위원장 자리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축제추진위원장이었던 중요무형문화재 김정옥씨가 올해도 위원장 자리를 맡기로 하자 이에 반발하는 도예인들의 불참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학천 명장이 이 같은 상황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이웃 상주로 건너가 요장을 설치하는 등 최근 문경을 떠났으며 천한봉 명장마저 축제 불참을 선언했다. 문경공예가협회 회장인 김종욱(관욱요)씨와 김경수(백두요)씨 등은 축제 참여를 거부당했으며 이정환(주흘요), 김억주(황담요)씨 등 15명의 도예인도 불참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올 축제에는 김정옥 명장과 그의 아들, 조카, 제자 등이 소속돼 있는 문경전통장작가마보존회(회장 박태춘) 12명의 도예인만 작품을 내놓게 돼 이른바 '그들만의 축제'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정옥 명장은 "전통찻사발축제는 말 그대로 전통을 지키려는 도예인들만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비난을 무릅쓰고 일부 도예인들의 참가를 막았다"며 "축제에 참가하고 싶다고 다 받아 주는 것도 축제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주도권 다툼과 축제 참여 문제는 엄연히 별개 사안이므로 실익 없는 자존심 싸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경시에 대해서도 수억원의 축제비용 전액을 부담하면서 특정 협회에 끌려다닌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문경문화원 한 관계자는 "도예인들이 단합하고 불굴의 장인정신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한 덕분에 문경도자기의 부흥을 가져왔다"며 "현재 빚어지고 있는 도예인 사이의 갈등은 상업적인 명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축제추진위원장을 도예인이 아닌 민간인 축제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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