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오늘은 엄마라고 부를래요!

오늘은 엄마라고 부를래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부모의 힘만으로 아이를 제대로 길러내기는 힘들다. 특히 부모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소외계층에 대한 나눔과 배려 차원에서 2005년부터 복지시설 생활 아동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독서치료 사업을 6년째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100명 이상의 독서치료사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모두 10년 이상 자원봉사활동의 경력과 120시간 이상의 독서치료 연수를 이수한 분들이다.

독서치료사가 학기 중 주 1회 복지시설을 방문하여 10명 내외의 아이들 대상으로 1, 2시간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책 읽어 주기, 책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처음에 시설을 방문하여 활동을 할 때는 아이들이 독서치료사 선생님들과 눈을 맞추어 이야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고 본심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2, 3개월 정성을 쏟아 책을 함께 읽고 대화를 하면 겨우 마음의 문을 열고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1주 후에는 다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려 활동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분리됨으로 인해 오는 분리불안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면서 독서치료 활동이 진행되고 이렇게 하다 보면 치료사 선생님에게 특별히 정을 주는 아이가 생긴다고 한다.

2학기가 되면 독서치료사 선생님이 방문하는 날에 특별히 정을 준 아이가 시작 시간 30분 전부터 밖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독서치료사 선생님이 차를 타고 도착하면 차 문을 열고 청소해 준다고 부산을 떤다고 한다. 11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기다리기 때문에 다음부터 나와서 기다리면 오지 않겠다고 협박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고 한다. 그 다음 주에도 아이는 밖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1시간 30분 정도 책 읽어 주기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 때 그 아이는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독서치료사 선생님의 치마폭에 매달린다고 한다.

12월 중순이 되어 종강을 하던 날. 그동안 정이 들었던 시설을 방문하여 마지막 수업을 하려고 할 때 한 아이가 "오늘은 선생님이라도 부르지 않고 어머니라고 부를래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독서치료사 선생님은 울컥 하는 것을 참으며, "그래 너희들은 비록 내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오늘은 모두 내 자식이다"라고 하면서 수업을 하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귀가 했다고 한다.

이런 독서치료 활동들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자기 자식을 잘 길러야 한다. 그러나 자기 자식만 잘 길러서는 안 된다. 남의 아이도 잘 길러야 한다. 그 아이가 자라서 나의 며느리 되고, 사위가 되기 때문이다. 내 자식에게 쏟는 정성의 100만분의 1만 떼어 남의 아이의 성장을 돕는 활동을 하면 어떨까. 자신에게도 "오늘은 엄마라고 부를래요"라는 아이가 생길 수 있도록!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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