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은 1957년 11월 조직된 대구교향악단에서 출발했다. 대구교향악단은 1961년 대구관현악단, 1962년 대구방송관현악단으로 변신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민간교향악단이 설 자리는 별로 없었다. 이에 뜻있는 음악인들이 당시 강계원 대구시장을 설득해 1964년 6월 대구시립교향악단을 창립했다. 그해 11월 25일 발단식, 12월 17일에는 창단연주회를 열었다.
초대 지휘자는 대구교향악단 때부터 지휘를 맡은 이기홍 씨였다. 1979년에는 우종억 씨가 2대 상임 지휘자에 취임했고 강수일, 박성완 씨로 이어졌다. 5대 지휘자에는 처음으로 외국인 지휘자인 러시아의 라빌 마르티노프가 부임했다. 큰 체구에 험악한(?) 인상의 마르티노프는 확실한 카리스마로 대구시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영어를 못 하고, 이질적인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2년 만에 하차했다. 이어 보구슬라브 마데이, 박탕 조르다니아 등 외국인 지휘자로 이어지다가 2005년 8대에는 다시 한국인 지휘자인 이현세 씨가 맡았고, 현재는 곽승 씨가 이끌고 있다.
간략한 대구시향의 소사(小史)이지만 지나온 면면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큰 것은 거쳐간 상임 지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수일 씨를 비롯한 외국인 지휘자 3명은 모두 타계했다. 또 초대 상임 지휘자 이기홍 씨와 2대 지휘자 우종억 씨는 각각 85세, 80세의 고령이다. 두 분 모두 건강은 괜찮은 편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이분들은 대구 음악계의 산 역사이다. 그리고 대구시향도 창단 46년의 장년기를 맞았다. 옛 은사나 선배를 모셔 지난날을 추억할 만한 연륜이 됐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 번쯤은 옛 상임 지휘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창립한 6월이든, 발단식의 11월이든, 창단연주회를 했던 12월이든 어느 때라도 좋겠다.
가능하다면 이미 시향을 떠난 단원들도 초대해 소품 한 곡쯤은 옛 지휘자와 함께 연주를 하는 기회도 있었음 싶다. 이들이 단순히 스쳐 지나간 지휘자나 단원이 아니라 젊음을 불살라 당당히 그 시대의 대구 음악계를 대표한 얼굴들이어서 그렇다. 무모해 보이지만 의미는 있을 법한 이러한 잔치를 벌일 수 있다면….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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