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특수 인쇄업계 '종이대란' 비상

칠레지진 여파 국제 펄프값 상승…국내가격 인상 예고

6·2지방선거 특수를 앞두고 인쇄업계가 종이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칠레 지진 여파에 따른 국제 펄프가격 상승으로 다음달부터 국내 종이가격 인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선금을 주고도 종이를 구하지 못해 야단이다.

◆종이값 왜 요동 치나

제지·인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t당 470달러이던 국제 펄프값(활엽수 표백펄프 기준)이 이달 중순 770달러까지 올랐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국제 펄프값이 t당 1천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펄프값은 최근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펄프 수요 증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칠레(전 세계 공급량의 13~14% 차지)에서 지진이 발생해 더욱 치솟게 됐다. 국내 제지업계의 연간 펄프 소비량은 250만~300만t. 이 중 210만t 이상을 브라질·칠레·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다. 칠레산은 국내 수입량의 25% 이상 된다. 칠레의 파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제지업계는 "다음달 말이나 5월 초까지 사용할 펄프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후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펄프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펄프값이 급등하면서 업계는 종이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쇄업계는 국내 종이값이 이르면 이달 말부터 늦어도 다음달에는 5∼10% 인상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인쇄업계 종이 확보 비상

인쇄업계는 물론 복사지 공급 업체 등에서도 종이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제지 공급 업체에 선금을 줘도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남산동 인쇄골목의 한 인쇄업체 사장은 "모든 종이의 기초인 백상지(모조지)와 복사용지 등 모든 종이값이 오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선금을 주고도 필요한 종이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청우원색인쇄사 정형규 사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리 종이를 확보해야 하는데 인상 소식 때문인지 종이를 구하기 어렵다. '종이 파동'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홍보 인쇄물 비용 중 종이값 비중이 40%에 이른다. 종이값이 인상되면 후보자들은 제한된 선거비용 탓에 결국 홍보물 발행부수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관공서에 복사용지를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도 "선금을 준다고 해도 복사용지를 평소에 비해 5분의 1 정도밖에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복사용지 인상 때까지 종이 난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인쇄조합 박희준 이사장은 "종이값 인상은 국제 펄프값 인상 외에도 국내 제지업체들이 수익성이 좋은 해외 수출 물량을 늘린 데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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