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부는 서민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재계 및 금융권과 공동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출범시켰다. '미소금융'이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계층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창업자금이나 생계비를 대출해주는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제도를 말하며, 이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아름다운 소액대출(美少金融)'이라는 의미로 명명한 것이다.
원래 마이크로크레딧은 1970년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Grameen)은행과 브라질의 액시온(ACCION) 등 금융서비스의 저변이 넓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들 국가의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절대빈곤의 저신용계층에 대한 대출임에도 상환율이 98%를 육박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아울러 마이크로크레딧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빈곤 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유누스(Yunus) 교수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게 되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가 급속도로 심화되어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 계층이 8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더욱이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 계층은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되고 이에 따라 높은 이자 부담과 불법적인 추심행위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해 이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것은 중산층의 확대에 따른 내수기반의 증대와 양극화로 인한 계층 간 갈등의 해소라는 사회·경제적 기대효과를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국가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들어 일부 민간단체들이 마이크로크레딧을 운영해 왔고 정부에서도 2008년 금융권의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한 '소액서민금융재단'을 설립하였으나 자금 규모와 지원체계의 미흡, 수행기관의 부족 등으로 현재까지 지원 실적은 미미한 형편이다. 정부는 2009년 9월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확대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했고 지난해 12월 기존의 소액서민금융재단을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확대개편하여 동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였다. 사업 재원은 국가의 재정 지원 없이 휴면예금과 기업들의 기부금 등을 위주로 향후 2조여원을 조성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조직은 우선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지역 법인을 설립하여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한편, 민간 기업 등에서 희망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중 6개 대기업 및 5개 시중은행이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여 사업을 개시하였으며,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 지점이 전국적으로 27개가 설립돼 있다. 미소금융은 영세 사업자, 전통시장 상인 및 프랜차이즈 창업자 중 신용등급(전체 10등급) 7등급 이하가 주된 지원 대상이며, 대출 심사 시에는 자금 용도와 사업계획의 타당성, 상환 능력과 함께 신청자의 자활의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된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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