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불교미술의 해학

권중서 지음/불광출판사

사찰은 승려의 수도 공간이자 신도들의 발원이 이뤄지는 엄숙한 공간이다. 하지만 해학과 익살을 즐겼던 우리 조상들이 이런 사찰을 가만히 나뒀을 리 없다. '불교 미술의 해학'은 우리 사찰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해학적인 장치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보는 인문학적 기행문이다. 저자는 전국의 사찰을 직접 발로 답사하며 총 260장의 도판을 책에 수록했다. 법당 천장에는 용과 족제비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고, 불화 속에는 부처님이 설법을 하는데 제자들은 자기들끼리 장난을 친다. 부처님이 앉아계신 대좌 밑에는 비굴한 용이 잠자리에게 쫓겨다닌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불상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어느 사찰 벽화에는 술고래 이태백이 물고기를 타고 나타나 놀라게 한다.

해인사 대적광전 외벽에 있는 팔상성도 중 쌍림열반상을 보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자 사리비가 내리는 장엄한 순간에 사람들은 슬픔 대신 사리를 받기 위해 치마를 높이 치켜든다. 국왕도, 대신도 이 대열에 동참한다. 심지어 부처님을 지키던 사천왕도 부처님의 사리를 하나 얻을 수 있을까 눈치를 보고 있다. 욕심을 버리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어디로 간 것일까. 사찰의 전각, 조각 그리고 그림 등 사찰의 구석구석, 곳곳에 남겨져 있는 불교미술의 해학과 익살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내고 있다. 319쪽, 1만8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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