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현민(가명)이와 재민(가명)이는 쌍둥이 형제입니다. 현민이가 형이고, 재민이는 동생이지요. 한창 말을 배우고,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입니다. 웃고, 장난치고, 싸우고, 울고 하루가 바쁘게 지나갑니다. 사이 좋게 장난감 자동차 앞뒤에 앉았다가 어느 순간 토라져 서로를 밀쳐내고, 그러다 한쪽이 울음을 터뜨리면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고 껴안아줍니다.
하지만 이들 쌍둥이는 여느 아이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현민이는 양쪽 눈이 아예 보이질 않습니다. 왼쪽 눈은 안구의 모양이 비정상적이어서 의안을 껴야 하고요, 초롱초롱 예쁜 오른쪽 눈은 빛만 희미하게 겨우 감지하는 수준입니다. 개구쟁이 재민이는 어른이 봐도 머리가 어질어질할 만큼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습니다. 안경낀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안경을 껴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나쁩니다.
천사 같은 이들 쌍둥이 형제가 시력을 잃은 것은 미숙아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현민이는 1㎏, 재민이는 950g의 작은 체구로 태어났습니다. 아이들은 인큐베이터 속에서 생긴 미숙아 망막증으로 인해 시력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나빠지고 만 것이지요.
엄마 김재영(가명·34·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라 그때 기억을 들춰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낳은 예쁜 천사들. 하지만 의사는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이니 일주일 동안 아무런 치료를 하지 말고 조금만 지켜보자"고 했고 열흘가량을 인큐베이터에서 산소만 공급한 채 보내다 시력을 잃었습니다.
현민이는 생후 열흘 남짓 무렵부터 8번의 수술을 받고도 시력을 잃었고, 재민이도 2번의 수술을 했지만 나아지질 않고 있습니다.
재영씨는 깊숙이 숨겨두었던 아이들의 배냇저고리를 꺼내 보여줬습니다. 어른 손바닥 남짓한 크기의 앙증맞은 배냇저고리. 보기엔 귀엽지만 그 속에 곱게 쌓여 있던 현민이와 재민이의 탄생 당시 사진을 보니 가슴이 아파 더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쌍둥이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여느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늦어 말도 느리고, 체구도 작습니다. 현민이는 다리에 강직이 계속돼 발바닥과 다리가 제대로 펴지질 않습니다. 게다가 시력까지 나쁘다 보니 걸을 때는 뒤뚱뒤뚱 옆으로 넘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시력이 조금 나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니 몸이 뒤틀어져 자꾸만 넘어집니다. 재민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언어치료와 작업치료, 물리치료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지요. 현재 재민이는 치료를 중단한 상황입니다. 재영씨는 "지금 열심히 치료를 받아야 조금이라도 상태가 호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도저히 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어 상태가 좀 더 심각한 현민이만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언어치료는 1회에 2만5천원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쌍둥이네 가정이 원래 어려웠던 것은 아닙니다.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살림을 꾸렸었죠. 하지만 현민이와 재민이가 태어날 무렵부터 불행이 닥쳐오기 시작했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 간호에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 아빠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났고 아파트를 팔아 병원비를 대야 했습니다. 쌍둥이 아빠는 몇 년 동안 일용직 노동일을 전전해야 했죠. 한달에 벌어오는 돈이라고는 많아야 60만~70만원 선. 아이들 치료비를 채우기는커녕 다섯식구(쌍둥이 위에 6세 큰아이가 있습니다)가 먹고살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돈입니다.
재영씨는 "아직 이렇게 젊은데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못해주는 못난 엄마인 사실이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래도 재영씨는 다시 꿈을 꿉니다. 태어나자마자 떠나보내야만 할 줄 알았던 쌍둥이가 씩씩하게 살아 엄마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고 있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인데 더 못 견딜 일이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언젠가는 쌍둥이가 재활에 성공해 여느 아이들처럼 씩씩하게 뛰어다니고, 눈은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보고 듣는 예쁜 아이들로 자랄 테니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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