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책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다.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참으로 가슴에서 나온 고백이었음을 구절구절에서 느끼게 된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주어진 삶과 그 삶이 주는 소명이 있다. 문제는 주어진 그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생긴다. 왜 내게 이런 환경과 조건이 주어졌는지 원망스러워질 때 삶은 축복이 아니라 그저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되는 것 같다. 행복은 비교되는 게 아님을 잘 알면서도 비교하게 되고, 지금의 이 길 말고 또 다른 길이 더 좋아 보인다. 그래서 지금 걷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동경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한다.
사람의 불행은 지금 '이 곳'에 서 있으면서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다는 말이 있다. 지금을 살지 못하고 지나간 어제로,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로 마음이 달아난다면 그것 또한 불행한 일이다. 분명 좋아 보이는 삶이 있을 것이다. 저 정도면 성공한 삶이라 생각되는 그런 삶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 삶이 조금은 작아 보이고 초라해 보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나는 믿는다. 법정스님이 남겼던 말처럼, 모든 삶은 그 사람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었음을, 아니 지금도 주고 있음을 말이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깨지고, 그러면서도 결코 놓을 수 없었던 내 삶과 나 자신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아마도 세월이 훨씬 더 많이 흘러서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게 주어진 삶이 정말이지 온전하고 완전한 것이었음을. 더하고 빼고 할 것 없는 완벽한 그 무엇이었음을.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살면서 해야 할 일은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 내게 이런 삶이 주어진 것, 이런 아픔과 한계가 주어진 것, 그리고 그것이 내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하게 느껴진다.
날씨가 변덕스러워도 봄은 봄이다. 봄이면 꽃과 나무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리라. 하지만 나는 이 봄, 가장 아름다워야 할 존재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사람이, 그 사람의 삶이 반짝반짝 빛나는 봄이 되길….
전문주 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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