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신의 휴대전화 번호는 얼마?

네자리 동일번호 등 매매성행 최고 100만원까지 웃돈 줘야

지난달 휴대폰을 교체한 황은석(45)씨는 휴대폰 개통 대리점에서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외우기 쉬운 번호가 있으면 그 번호로 달라"고 했더니 업주는 대뜸 "웃돈을 좀더 내면 그렇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업주가 제시한 번호는 외우기 쉬운 순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며 "10만원에서 100만원의 웃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외우기 쉽고, 누르기 편해 이른바 '골드 넘버'라 불리는 휴대폰 번호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 골드 넘버 매매 사이트마다 '내 휴대폰 번호' 감정 문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고, 휴대폰 업주들은 골드 넘버를 선점해 고객들에게 웃돈을 받고 되팔고 있는 것.

24일 오후 한 인터넷 골드 넘버 매매 사이트. 감정 의뢰란에 '010-AAAA-BCBC' 형태의 휴대폰 번호 감정가를 묻는 의뢰인 글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8개의 댓글이 달렸고 '30만~40만원 선에 거래될 것'이라는 감정 결과를 저마다 내놓았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골드 넘버' 사이트에 따르면 '골드 넘버'중 시가가 가장 높은 것은 'AAAA' 형태로 속칭 '포커번호'다. 네자리가 모두 같은 번호로 가격대는 30만~50만원선. 그중에서도 행운을 뜻하는 '7777'의 경우 100만원선에 거래된다. 가격 산정은 뒷번호가 주된 기준이 된다. 국번이 같으면 '국번포커'라고 부르고 이 경우 가격은 10만원 미만이다.

국번과 뒷번호가 같은 '쌍둥이번호'도 선호도가 높다. 번호를 읽을 때 특정 단어가 연상되는 번호도 매물로 나온다. 7528(치료이빨), 2875(이빨치료) 등 특색 있는 번호나 8255(빨리오오) 등 배달을 연상시키는 번호가 주된 매매 번호다. 이중 1004로 끝나 '천사'를 뜻하는 번호는 3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골드 넘버 매매는 오프라인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들이 너도나도 골드 넘버 매매에 나서면서 실제 거래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속아 사는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주일 전 010휴대폰을 개통한 이현성(49)씨는 "끝자리 번호(2580) 값으로 40만원이나 줬다"며 "인터넷 실거래가는 10만원대여서 대리점에 따졌더니 억울하면 고소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각 사이트마다 수요·공급이 달라 거래가격에 차이가 많다"며 "온라인 거래 특성상 명의가 불분명한 휴대폰은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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