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보기 힘드세요? '주부 달인'에게 맡기시죠!

대형소매점·백화점 '피커 서비스' 인기

고객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한 제품을 대신 쇼핑해주는 피커(picker)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배송비 1천~4천원만 더 추가하면 되는데다 각종 할인 등을 적용받을 수 있어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고객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한 제품을 대신 쇼핑해주는 피커(picker)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배송비 1천~4천원만 더 추가하면 되는데다 각종 할인 등을 적용받을 수 있어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맞벌이에 바쁜 현대인들.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잠시 짬을 내기조차 힘들다보니 며칠씩 미뤄두기 일쑤다. 주말에는 집안 일은 잠시 미뤄두고 푹 쉬고 싶지만 텅빈 냉장고가 걱정돼 무거운 발길을 마트로 옮길 수밖에 없다. 이런 수고를 덜어주는 직업이 있다. 바로 '피커'(picker)라고 불리는 장보기의 달인들이다. 온라인으로 원하는 물건을 담아놓기만 하면 이들이 대신 쇼핑해 집앞까지 배달해준다.

◆베테랑 주부군단, 피커

24일 오전 10시 반. 한 무리의 아줌마 직원들이 유난히 큰 카트를 끌고 매장으로 돌진했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목록대로 물건을 집어 담는 '피커'들이다.

이들이 끌고 있는 카트에는 플라스틱 장바구니 6개가 배열돼 있고, 위에는 바코드를 인식하는 단말기가 달려있다. 피커는 단말기를 통해 고객이 주문한 내역을 확인해 가면서 매장 곳곳을 누벼 빠른 속도로 물건들을 골라담았다. 홈플러스 성서점 이경미 선임은 "비슷한 제품들이 워낙 많아 헷갈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바코드를 찍어 정확하게 고객이 주문한 제품인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시나 행사 제품 등 더욱 저렴한 상품이 눈에 띈다면 즉시 고객에게 전화로 설명하고 다른 제품으로 바꿔 장바구니에 담는다. 이 선임은 "요즘 주부들이 꼼꼼하게 따져 쇼핑목록을 담지만 간혹 더 저렴한 제품이 있을 때는 전화통화 등을 통해 설명하고 더 나은 제품으로 바꿔준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더욱 꼼꼼하게 유통기한 등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물건을 눈으로 보고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불만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선임은 "매장에 진열되지도 않은 가장 최근에 입고된 제품들로 골라 담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제품밖에 없을 때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남은 기간 동안에 소비가 가능한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점점 커져가는 온라인 시장

현재 홈플러스 성서점에서 활동하는 피커는 모두 8명. 이들은 하루 100여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주부사원들이 오전 8시 30분과 10시 30분, 오후 2시 등 3차례에 걸쳐 고객의 주문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이를 포장해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 주는 것. 오후 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배송도 가능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성서점에서 판매되는 물품 중 의류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2만여점이 등록돼 있어 거의 매장과 동일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는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2시~6시, 오후 5시~8시, 오후 7시~10시 등 원하는 시간대별로 배달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한 배송주문량이 차면 '배송마감'이 되기 때문에 다른 시간대를 이용하거나,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최근 온라인 주문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거의 배송가능량을 100% 채워서 배달을 나갈 정도이고, 배송 주문이 일찍 마감돼 며칠 전 미리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주문을 이용하는데는 별도의 비용 없이 배송료 1천~4천원만을 부담하면 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대구의 경우 성서점과 칠곡점 두 곳이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전체 매출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는 매출의 10%를 넘어서지만 아무래도 지역에서는 아직 서비스가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아백화점에서는 2000년부터 e-슈퍼마켓(www.dong100.com)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배송팀을 통해 오전과 오후 각 1차례씩 당일 배송해 주고 있다. 이마트 역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주문하면 만촌점과 월배점, 반야월점을 통해 시내 전 지역에 1~3일 내에 배송을 해 준다.

◆시간과 비용 절감, 일석이조!

온라인 장보기의 가장 큰 장점은 매장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상품을 클릭 한번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고가는 시간은 물론이고 발품을 들이는 노력도 절약된다. 이 때문에 주중에 장을 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나 갓난아기를 둔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일에 쫓기는 공장이나 사무실 등에서도 온라인 장보기를 이용하는 곳이 많다.

최근에는 잦은 비에다 황사까지 겹치면서 온라인 장보기 이용자들이 더욱 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온라인 매출은 날씨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황사가 있거나 더운 여름, 추운 겨울에는 이용객이 늘고, 날씨 좋은 봄·가을에는 나들이 삼아 직접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다"고 했다.

꼼꼼하게 잘만 따진다면 직접 쇼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싸게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할인점과 슈퍼마켓, 백화점 등 오프라인 점포에서 제공하는 가격인하와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는데다 인터넷 슈퍼 이용자에게만 주는 특별 할인과 덤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양만큼 소량 주문이 가능하므로 대형할인점에서 흔히 있는 과잉구매나 충동구매를 막을 수도 있다. 평소 온라인 쇼핑을 자주 애용하는 주부 이모(37·여)씨는 "꼭 필요한 것만 골라 담기 때문에 돈을 절약할 수 있는데다 각종 할인을 통해 한번 더 절약할 수 있다"며 "쿠폰 등을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면 오프라인 쇼핑 비용의 절반 수준까지도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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