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이야기] 스포츠 과학이 남녀 기록 차 점차 좁혀

나날이 강해지는 우먼파워

고대 올림픽에서 여자는 경기에 나갈 수 없었고, 경기 관람도 제한받았다. 여자선수들은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부터 테니스 등 일부 종목에서 등장했으나 육상경기에는 오랫동안 출전할 수 없었다.

여자 육상경기는 1921년 프랑스의 미류어 부인이 국제여자스포츠연맹을 창립하면서 시작됐으며 이듬해 파리에서 제1회 국제여자육상경기대회가 열렸다.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는 100m, 800m, 400m계주, 높이뛰기, 원반던지기 등 5개 종목에서 여자경기가 실시됐다. 그러나 이 대회 800m 결승에서 9명의 여자선수가 경기 중에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여자의 달리기 종목은 200m까지로 제한됐다. 중단된 여자 800m는 1960년 제17회 로마 올림픽에서 다시 부활됐다.

현재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3개 종목을 남녀 함께 실시하지만, 50㎞ 경보는 남자만 실시한다. 근력 및 파워가 중요한 육상경기에서 여자선수는 근력을 비롯한 생리적 기능이 우세한 남자선수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지지만 스포츠과학의 도움으로 남녀 간 기록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여자선수의 근력은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적은 분비로 인해 남자선수의 60~80% 수준이며 심폐지구력도 상대적으로 15~20% 정도 떨어진다. 특히 폭발적인 파워를 바탕으로 중력과 맞서는 높이뛰기, 세단뛰기, 장대높이뛰기, 투척 종목 등에서 여자선수들은 남자선수보다 열세를 보인다.

세계기록에서 남녀의 기록 차이가 가장 큰 종목은 창던지기로, 26.6%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용 창의 크기와 무게(남 260~270㎝, 800g/여 220㎝, 600g)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동일 무게일 경우 더욱 큰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남녀 간 기구중량의 차이 때문에 원반, 포환 및 해머던지기에서는 기록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포환던지기(남 7.26㎏, 여 4㎏)는 단지 0.49m의 차이(23.12m 대 22.63m)를 나타내며, 해머던지기(남 7.26㎏, 여 4㎏)는 약 10%의 열세를 나타낸다. 원반던지기(남 지름 22㎝·2㎏, 여 지름 18㎝·1㎏)는 오히려 여자기록이 더 좋다.

마라톤은 심폐기능의 차이로 인해 현재 여자 세계기록이 남자보다 10분30초 뒤지고 있으나 그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남자마라톤은 1908년 2시간55분8초(최초 공식기록) 이후 매년 30초씩 단축되고 있다. 여자마라톤 최초 공시기록은 1966년 제70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미국의 로베르타 루이즈 기브슨(당시 23세)이 수립한 3시간21분40초다. 기브슨은 남자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했으며 골인 후 여자임을 밝혔다. 여자마라톤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된 후 매년 90초씩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

여성의 높은 체지방량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훈련방법이 제시될 경우 추월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