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작, why]모리스 드 블라맹크 빨간 나무가 있는 풍경

선명한 색채·두툼한 질감으로 강렬한 색채대비 표현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삼짇날(음력 3월 3일)을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해서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으며 반겼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풍습들이 책에서나 나올 만한 옛이야기가 된 것 같다. 지난 주말 올해 최악의 황사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오면서 이제는 제비 대신 황사가 봄을 알려주는 전령사가 된 듯하다. 미세먼지들로 뒤덮인 도시는 음산한 분위기를 넘어 심한 불쾌감마저 전해 준다. 하루 종일 어둡고 뿌연 신천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포비즘(야수파) 화가들의 화집 속에서 무심코 만난 블라맹크의 풍경 한점은 우울했던 기분을 청명하게 바꾸어 준다. 야수파의 강한 원색묘사에서 오는 색채의 힘과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영국의 비평가이며 화가였던 로렌스 고윙(Lawrence Gowing)은 "야수파는 20세기의 모든 혁명 중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것이었다"라고 평가했지만 그다지 오랜 시간을 통해 회화의 새로운 장르 개척은 이루어내지 못한 듯하다. 야수파의 동인으로는 귀스타브 모로의 문하생이었던 앙리 마티스와 알베르 마르케, 조르주 루오, 앙리 망갱 등과 보나-엘의 교실에 있었던 라울 뒤피, 그리고 모리스 드 블라맹크, 앙드레 드랭, 키스 반 동겐, 장퓌이, 에밀 프리에즈 등이 있으며 큐비즘 창시자의 한 사람인 조르주 브라크도 1907년 살롱 도톤에서 이들과 관계를 가졌다. 이들 가운데 마티스가 지도적 역할을 했으며 새로운 회화를 지향하는 같은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비즘화가 모리스 드 블라맹크(1876~1958)는 '야수'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모든 속박이나 규칙을 싫어하는 절대 자유주의자로 활동했다. "아버지보다 반 고흐를 사랑한다"는 그는 튜브에서 짜낸 물감을 그대로 캔버스에 칠하며 선명한 색채와 두툼한 질감이 주는 실험적 화면구성을 전개해 나갔다. 그리고 "본능이야말로 예술의 기초이다.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은 심장과 창자로 그리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빨간 나무가 있는 풍경〉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채대비를 보여주고 있으며 야수파적인 기백까지 엿볼 수 있다. 화면 전면부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붉은 나무와 그 사이로 보이는 집들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느끼게 해 준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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