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과 건강](2)영남자연생태보존회 이사 정재영씨

거창한 운동보다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 최고라고 강조

'자연의 머슴'이라 자칭하는 사나이, 시위가 있을 때면 가장 앞장서 방패 역할을 하기 바쁜 사나이, 5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보디빌딩에 빠진 사나이….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재영(54) 이사를 표현하는 문구는 다양하다. 하지만 하나같이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희끗한 머리카락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몸만큼은 20대 젊은이도 감탄할 정도다. 최근 뜨고 있는 '초콜릿 복근'에다 역삼각형의 상체를 보고 있노라면 나이를 잊고 산다는 말이 딱 들어맞다. 아니나 다를까 은근슬쩍 자랑이 이어진다. "지난해 대구시장배 보디빌딩대회 중년부에 참가해 5등을 했어요. 올봄에는 꼭 3등을 차지하고 60살이 될 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죠."

정 이사는 1970년대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에 빠져들었다. 당시만 해도 대입 체력장이 있던 시절. 어쩔 수 없이 철봉에 매달려야만 했다. "어릴 때 철봉을 전혀 못 했어요. 하지만 무작정 매달렸죠. 그렇게 계속 연습하니까 실력이 쑥쑥 늘더라고요. 한창 때는 하루에 철봉 300회, 평행봉 200회 이상을 쉬지 않고 하기도 했죠."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찢어져 피가 흘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철봉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고교 때부터 동네 헬스장도 들락날락했다. 아령, 벤치프레스 등으로 몸을 만들었다. 그는 헬스를 할 때 6개월이 고비라고 했다. "헬스장 이용권을 끊어놓고 좀 다니다 안 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6개월만 버티면 달라져요. 꼭 헬스장 가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출석만 해도 다른 사람들의 운동을 자꾸 보게 되고 그러면 그냥 운동을 하게 됩니다. 6개월이 지나면 몸이 바뀌고 헬스 하는 것이 습관이 되죠. 6개월을 버티기 위해서는 스스로 절실해야 합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거나 반드시 몸짱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중요하죠."

운동광인 그도 건강에 대해 너무 자만한 나머지 운동을 등한시한 때가 있었다. 그러다 '아차' 하는 순간이 닥쳤다. "5년 전 어느 날이었어요. 사무실에서 큰 박스를 옮기는데 도저히 못 들어올리겠더라고요. 과거 같으면 식은죽 먹기였는데 말이죠. 나이가 들면서 몸이 퇴행했다는 증거죠." 그는 곧바로 학교 운동장 철봉으로 달려갔다. 수백회를 거뜬히 하던 턱걸이를 한번 하기가 버거웠다.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철봉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3개월을 하자 10회 정도로 늘었고 지금은 30회를 쉬지 않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업무 자체도 운동의 연속이다. 매월 한차례 생태탐사단을 꾸려 산으로, 강으로 다닌다. 또 매달 두차례 이상 현장답사도 떠난다. 가끔씩 집(대구은행 본점 근처)에서 중앙로, 대구역, 동성로 등 시내를 걸어서 한바퀴 돌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시내를 정처없이 쏘다닌다. 걷는 것이 곧 생활인 것이다. 건강한 것은 보나마나. 1년에 의사 친구를 만나러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 외에는 병원 갈 일이 아예 없다.

"주위에서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한다고 충고하기도 하죠. 하지만 친구들은 저를 많이 부러워해요. 앉아서 머리 싸매지 않고 많이 움직이면서 운동도 하니까 팔자 좋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퇴직이나 정년이 가까워지면서 압박감이 심하잖아요. 저는 그런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좋아 보이는 거죠."

그는 의외로 평소 소식을 한다. 많이 움직이니까 그만큼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그는 점심을 생략하고 아침'점심만 챙긴다. 메뉴도 대체로 육류보다는 채소류와 한식 위주다. "오후 7시만 되면 배꼽시계가 울리면서 입에서 침이 나옵니다. 그러면 뭐든지 맛있죠." 한때는 그도 엄청나게 먹었다. 20대까지만 해도 라면 5개에 호떡 20개를 쉬지 않고 먹을 만큼 대식가였다. 하지만 많이 먹으니 몸이 계속 무거워지고 피로를 쉽게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식사량을 대폭 줄였다.

정 이사는 거창한 운동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매달리고 달리고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철봉은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이라 체력을 키우는 데 그만이라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많이 앉아 있다 보니 척추에 이상이 많이 생기잖아요. 척추 휘는 데도 철봉이 특효약이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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