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재정비 필요한 서민금융 대책

사금융을 이용했다가 고금리나 불법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사금융 피해 상담은 6천114건이나 됐다. 이는 전년(4천75건)보다 50%나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이다. 고금리나 불법 추심 행위에 대한 수사기관 통보 건수도 101건으로 23%나 늘었다. 금융위기로 제도권 금융기관이 신용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서민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몰린 결과다.

사금융 피해는 구조적인 문제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민 금융기관이라고 하는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은 비과세예금 한도 확대로 지난해 예금액은 14%나 늘었지만 대출은 4.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민 대출이라는 본업보다는 주식'채권'부동산 투자에 더 열을 올린 때문이다.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로 자활 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도 다를 게 없다.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2달 동안 1만 1천 명이 대출 상담을 받았으나 대출 적격자로 분류된 사람은 3천여 명에 그쳤다. 까다로운 대출 자격 심사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피해를 볼 줄 뻔히 알면서도 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사금융 피해가 늘어나는 이유다.

결국 사금융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서민금융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서민금융기관의 반(反)서민적 행태에 대한 강력한 지도'단속은 물론 다양한 서민 대출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금융기관에만 맡길 게 아니다. 금융기관이 서민 대출을 꺼리는 것은 부실 채권화 가능성 때문이다. 따라서 여신의 일정 비율을 서민에 대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에 대해서는 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해 정부가 직접 보증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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