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성징인 수염과 외성기 발육, 음성 변화, 남성 근육 등을 이루게 하는 데에는 전적으로 고환이 작용한다. 참으로 중요한 인체의 장기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남자의 심볼로서만 인식할 뿐 그 이상 잘 모르고 있다. 고환은 남성 성생식기의 가장 중요한 성선(性腺)이다. 고환은 우리말로 불알이라 하고 학술용어로는 고환 또는 정소라고 한다. 일본말로는 긴따마(金玉)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testis라 하며 라틴말로는 orchis라고 한다. 난(蘭)의 영어학명인 오키드(orchid)는 고환을 뜻한다. 난의 설판이 고환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정상 남자의 고환은 작은 달걀 크기(3.7×2.5×2.0㎝) 모양으로 한 개의 무게는 15g 내외가 되며, 좌측이 우측보다 좀 낮게 위치한다. 이것은 아마도 같은 높이에 있으면 서로 마찰되기 때문에 그 불편을 막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육상 트랙을 전 세계인이 공히 왼쪽으로 돌면서 뛰는 이유가 무게 중심이 왼쪽 고환에 있다 보니 그럴 것이라고 농담 삼아 얘기한다. 예민한 사람 중에서는 양쪽 높이가 다른 짝불알이라며 걱정스런 모습으로 내원하기도 한다.
고환은 사춘기가 지나면서 정상으로 성장 발육해 22세까지 성숙이 완성된다. 그러다가 다소 감퇴는 되나 70세 이후까지도 그 기능은 지속된다. 고환의 정상 크기는 동양인은 15㎖에서 30㎖의 범위에 평균 20㎖가 되고, 서양인은 평균 25㎖로 좀 크다.
고환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남자를 상징하는 2대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정자를 생산하여 종족 보존의 본능을 달성하게 하는 일이고, 둘째는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여 2차 성징은 물론 성교 등 남자 구실을 완수하는 일이다. 양쪽 고환이 없거나 기능이 심히 저하되어 버리면 내시와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고환이 커야만 그 기능이 왕성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고환의 크기가 정상 범위라면 그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고환의 대소와 성교 빈도와도 상관관계가 없다. 또한 체중과도 비례관계가 없다. 그러나 고환의 경도는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서 점차 쭈글쭈글하고 유연해져서 자연히 그 크기가 위축 감소되기 마련이다. 자기 고환의 크기가 어느 정도라야 정상이고 건강한지 궁금하다면 전문의의 간단한 진찰만 받아도 충분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환의 크기가 10㎖ 이하라면 생식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박 철 희 계명대 동산의료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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