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준석 '랜드스케이프'전 내달 10일까지

장준석 작
장준석 작 '댄드스케이프'

어느 날 선물로 받은 꽃 화분이 죽어버렸다. 선물 준 사람에게 미안해 '꽃'이라 적은 글자를 프린트해 창문에 붙여두었다. 그랬더니 어릴 적 '꽃' 글자에서 풍겨나오던 섬뜩한 기분이 되살아났다. 꽃집마다 붉은 색으로 새겨넣은 '꽃'이란 글자는 어린 아이에게 오히려 공포심으로 다가왔다.

장준석은 기억을 따라가며 3년째 '꽃'이라는 글자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글자 '꽃'을 입체로 형상화한 조각 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작은 '꽃' 글자를 무수하게 배열해 고유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색깔과 크기가 달라지면서 '꽃' 글자는 만다라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창문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글자는 때로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을 떠올리게 한다.

"'꽃'은 가장 감성에 가까운 단어 중 하나예요. 하지만 저는 이것을 건조하고 인공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단적인 표현 방법을 선호하는 작가다운 발상이다.

작가는 극단적인 것들이 만나 사람의 마음속에 일으키는 충돌과 융합 등을 실험하는 것을 즐긴다. 사람들이 흔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꽃을 이처럼 인공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다.

작가는 '꽃'에 이어 '볕'에 대한 작품도 발표한다. 인공적인 조명으로 '볕'이라는 글자를 표현한 작품은 틀을 벗어나고픈 인간의 욕망을 담았다. 늘 다양한 조형 기법을 모색하는 작가의 부지런함을 확인할 수 있다.

갤러리 분도가 마련한 현대 미술 3부작 '어! 이것 장난 아닌데?'의 두 번째 전시인 장준석의 '랜드스케이프(Landscape)전'은 다음달 10일까지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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