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음아, 어디에 있느냐"

선묵혜자
선묵혜자

봄이다. 전각마다 봄 냄새가 물씬 풍기고 수각(水閣)에 떠 있는 연꽃이 싱그럽다. 절을 찾는 상춘객(賞春客)들의 옷자락에도 활짝 봄꽃이 피어있다. 산방(山房)에 앉아 한잔 차(茶)를 달이면 그 향취에 취해 모든 시름이 다 녹아드는 것 같다. 세속이나 산중(山中)이나 계절을 맞이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봄빛이 완연한 날이면 나의 은사이셨던 청담 스님의 진영(眞影)이 떠오른다. 스님께서는 평생 수행정진을 하시면서 "마음아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하고 스스로 물으셨다. 이는 행여, 세속의 정(情)에 물들어 자칫 소홀하기 쉬운 수행자의 길을 다시 한번 다지기 위한 자신의 되물음이다.

오늘날 신문을 보면 온통 부정적인 기사들로 만연하다.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어른이 소녀를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살해하고, 도둑질하고, 미워하고, 시기하는 기사들이 너무 넘쳐흐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모든 일들의 근원은 바로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 때문이다.

어둠속에 촛불을 켜 보면 밝아지는 거기 그 자리가 바로 내가 서있는 자리이듯이 세상일이란 죄다 돌아보면 내 마음 안에 있다. 부처님께서 6년간의 긴 고행 끝에 깨달으신 것도 본디 '우리의 마음은 청정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본래부터 청정한 우리의 마음이 왜 이토록 타락하고 만 것일까? 내 마음 안에 든 진여(眞如)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릴 줄 알아야 빈 곳에 그 무엇이 다시 채워지듯이, 욕심을 버려야만 복도 찾아온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모르고 오직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다가 보면 언젠가 화(禍)를 자초하게 된다.

또 법정 스님은 재가불자와 제자들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너는 너의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진 몇 해가 지나고 몇 날이 지났다. 그래 너는 너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느냐?' 그렇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또 지금 우리는 이 세상의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일까? 참으로 우리는 뉘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삶이란 살아 있는 한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오늘 내가 참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내일도 참회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참회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내일도 참회를 하지 않는다. 이런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은 미래에도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 실로, 중생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던져 주시는 스님의 진언(眞言)이다. 한번쯤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찾기 위해 기도하고 참회를 하라.

(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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