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산업단지내 ㈜영진은 자동차부품 업종으로는 2대째, 기계 업종으로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회사다.
이 업체는 품질제일주의와 고객 만족을 위해 노사가 화합, 지난해 12월에는 노사상생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노사상생이 아주 잘 되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영진은 자동차 관련 차체부품 및 프레스 관련 부품류를 생산한다. 자동차 부품들을 결속 또는 완충시켜 주는 브래킷류와 히터 모터 휠 등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커버류, 주행 때 배기장치에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하는 히터 프로텍트 등 400여가지 부품들을 생산, 현대·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다. 직원 수는 103명으로 규모가 작지만 기술력은 여느 협력업체에 뒤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영진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창업주이자 현 서승구 대표의 조부인 고 서채봉(1916~1989)씨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삼성기계제작소를 창업해 국수 뽑는 기계를 개발, 양산했다. 이 국수기계는 당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잘 팔렸고 돈을 제법 벌었다. 그는 1960년대 후반 라디오, 텔레비전 등 전자산업에 세 차례에 걸쳐 도전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창업주는 1969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잘나가던 장남 종원(1937~2007)씨를 고향으로 불러 회사를 맡겼다. 장남은 안정적인 공무원을 그만두고 기름 냄새 나는 공장을 맡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맡게 됐다. 하지만 사업은 한계에 봉착해 10년 가까이 이렇다 할 성장이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1978년 자동차부품 업체인 진양정밀을 설립하고 업종 전환을 했다. 연결 고리나 완충재 같은 소품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1988년에 회사 외형도 커지고 제품 수준도 올라가면서 ㈜영진으로 법인 전환했다. 이 회사는 1994년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로 선정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로 우수한 품질을 생산할 수 있었다. 2002년에는 부도 직전의 프레스 전문 부품생산업체인 삼원공업㈜을 110억원에 인수·합병(M&A)했다.
3대인 서승구(44) 대표도 역시 선친의 부름을 받고 2003년부터 회사에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 역시 서울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면서 중소기업 사장들이 돈을 구하러 자신을 찾아와 허리를 굽히는 애환을 잘 알았다. 또한 어릴 때 선친의 사업이 잘 안 돼 야간에 이사를 다니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제조업을 경영하는 것에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직원들이 하나 둘씩 떠나는 등 점점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주인의식과 '해병대 정신'(중위 전역)으로 무장하고 영업 최일선에서 뛰었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독려했다. 휴가제 운영과 유공자에 대한 포상도 아끼지 않았다. 노사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생산성도 올라갔다. 그는 선친이 작고한 2007년 회사를 승계했다.
영진은 로봇 도입, 공정 자동화 등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 향상에 적극 나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웠던 지난해 매출을 300억원으로 올렸다. 올해는 350억원, 내년에는 450억원이 목표다.
이 회사는 반제품에 판 스프링 너트를 자동으로 삽입하는 장치의 특허권을 갖고 있고, 제품 보관용 팔레트와 고정핀 교체 구조를 갖는 용접장치 등 2건의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다. 사내 및 협력사 주 1회 품질개선 회의를 열고 보유 금형 등의 장비 및 설비 보수를 통해 부단히 품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영진기술연구소 정충현 부장은 "영남이공대 산학협력단, 자동차부품진흥재단과 함께 프레스 라인 무인화 관련 장치 연구개발, 컨베이어를 이용한 파레트 로봇 복합라인을 설치, 원가절감과 소량 다품종 생산을 위한 지그 교체 시스템 연구개발 등 산학협력을 통해 품질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재균 그룹장은 "노사 파트너십 프로그램과 직원들의 핵심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학습네트워크 구축에도 과감히 투자해 작업라인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주최 전국 학습조직화사업 경진대회 대상과 대구시 주최 2009 노사화합상, 노동부 주최 노사상생유공자 대통령 표창 등 각종 상과 표창을 수상한 것도 이 회사의 큰 자랑거리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 ㈜영진 연혁
1950년 삼성기계제작소 창업
1969년 2대 서종원 대표 취임
1978년 진양정밀로 업종 전환
1988년 주식회사 영진으로 법인 전환
2002년 삼원공업 인수·합병
2006년 3대 서승구 대표 취임
2007년 현대모비스 우수협력사 선정
2009년 노사상생유공자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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