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은 미국에 있는데…, 휴대전화는 울릉도에?

미국 뉴욕에 있는 사람의 휴대전화 신호가 울릉도에서 잡혀 미귀가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이 울릉도에서 사흘간 수색 소동을 벌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5일 울릉경찰서와 경기 안산 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임모(42)씨는 지난달 1일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뒤 아내 신모(38)씨가 10세, 5세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서 사흘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소방서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임씨의 요청에 소방서 측은 이동통신업체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의뢰했고, 통신업체는 첫째 아들의 휴대전화 신호가 지난달 5일 오후 4시쯤 울릉군 저동 부근 기지국에서 잡혔다고 통보했다. 임씨는 곧바로 오후 5시쯤 상록경찰서에 미귀가 신고를 했고, 경찰은 울릉경찰서와 울릉119안전센터에 수색에 필요한 협조 공문과 함께 신씨 모자 사진을 전송했다.

경찰은 포항여객터미널에서 실종 당일부터 6일까지 울릉도행 배를 탄 승객 명단을 넘겨받아 신씨 모자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이들의 이름은 없었다. 터미널 개찰구 감시카메라에 찍힌 녹화영상 화면도 일일이 확인했지만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임씨는 결국 이동통신업체에 위치추적을 다시 요청했지만 여전히 신호가 울릉도에서 잡힌다는 답변만 들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다시 신씨 모자 사진을 들고다니며 울릉도 지역의 호텔과 민박집, 해안 등 울릉도 전체를 샅샅이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이동통신업체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다섯 차례나 요청했지만 울릉도에서 아들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다는 답변만 계속 돌아왔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울릉도에 신씨 모자가 없다고 결론지을 무렵이던 지난달 8일 밤 신씨 모자의 위치가 확인됐다. 신씨가 지난달 8일 밤 미국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나온 다음날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아이들을 데리고 언니가 사는 미국 뉴욕으로 왔다"고 전해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 모자가 무사해 다행이었지만 통신업체의 엉터리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경찰관과 소방대원들을 사흘 동안이나 헛고생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와 경찰 측은 "휴대전화 기지국이 오작동할 수도 있다"면서 "신씨 모자가 탑승했던 미국행 비행기가 울릉도 상공을 통과할 때 휴대전화를 사용해 울릉도 기지국 기록에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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