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축제 거리응원, 돈벌이 수단 전락하나

현대車 자사로고·FIFA 장외중계료 요구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전국에서 대대적인 거리응원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국 특유의 국민축제가 된 거리응원전을 돈벌이와 광고수단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4일부터 한 달 동안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타 공익 단체들을 대상으로 전국 거리응원전을 함께 운영할 공동 파트너를 모집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파트너 모집과정에서 FIFA로부터 거리응원을 위한 영상물 방영 등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거리응원장마다 '현대자동차 로고'를 부착해야한다는 단서를 달았고 26일 현재 100곳이 넘는 지자체가 파트너 신청 접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FIFA도 거리응원을 위한'장외 시청' 중계권료를 요구하고 있다. FIFA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의 대규모 거리응원전을 지켜보면서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 2006년 독일월드컵 때부터 장외시청권 규정을 강화하면서 시청권 판매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현대자동차와 FIFA 방침대로 할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고, 거리응원의 순수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2006년 당시와 같다면 장외 중계권료로 500만원을 FIFA에 건네야 하고 LED 화면과 확성기 등을 대여하는 비용을 포함하면 거리응원을 준비하는 데 수천만원이 든다"며 "외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지와 어느 거리에서 응원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 마니아 이영규(35)씨는 "순수성과 자발성이 거리응원의 핵심인데 거리응원 문화에 발을 걸쳐 광고 등 잇속을 챙기려는 기업과 FIFA는 국민의 축제를 뺏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거리응원의 상업화 논란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한국 거리응원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FIFA가 직접 나서면 장외 시청이 오히려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 FIFA 공식후원사 자격으로 거리응원 파트너 모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국내마케팅팀 관계자는 "공동 파트너 모집 과정에서 돈을 받지 않고 대규모 응원이 펼쳐지는 곳에는 축구 전시물을 지원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자발적인 거리응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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