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의 70%를 EBS 수능 강의에서 내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EBS 강의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이를 두고 수험생과 학교가 술렁거렸다. '70%를 내겠다'는 말에 함축된 의미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 교재의 문제를 그대로 내겠다는 뜻이 아니라 EBS 수능 강의에 충실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연계해서 내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 말은 EBS 수능 강의 내용 범위 내에서 70%를 출제하되 이를 응용한 문제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수험생들이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과거 정부는 학교 수업에만 충실하면 수능시험을 잘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늘 교과서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가 출제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했다. 특히 소위 일류대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보다는 오히려 사교육에 더 매달렸다. 이번의 발표도 이와 비슷하다. 70%를 내겠다면서 교재 내용과 연계한 문제를 내겠다는 것은 결국 사교육을 통해 보다 분석, 응용이 가능한 실력을 키우라는 것과 다름없다.
나머지 30%에 대한 출제 방침이 빠져 있다.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인지,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문제를 내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오히려 후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EBS 수능 강의로 사교육을 줄여 보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수험생의 부담만 늘릴 뿐 실패할 수밖에 없다. EBS 수능 강의와 연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한 교재만 무려 115종이다. 수험생들은 70%를 위해 이 115종의 교재를 모두 봐야 하고, 나머지 30%는 사교육에 기대야 한다.
남발되는 각종 교육 정책 탓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그것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아니라 당장 올해나 내년에 시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부터 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부랴부랴 보완책을 내놓는 형태다. 이러니 본 목적은 어디 가고 성과만 올려보겠다는 조급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교육 대책은 지금까지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공교육 활성화 방안과 함께 발표한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해 부작용을 줄이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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