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은 무지개 빛, 눈높이는 140㎝ 정도, 기능은 터치스크린 및 유비쿼터스'.
초등교육 현장에 인테리어 혁신이 불어닥치고 있다. 대구에 이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 건 이미 10년 전, 그 사이 변화는 더욱 빨라져 체험실, 과학실, 보육실, 보건실, 현관 입구 등 학교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 불과 10~20년 전과 비교해도 가히 혁신적이라 할 만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색상 혁명이다. 무채색의 실내 인테리어가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알록달록 유채색으로 바뀌었다. 교장이나 교사가 좋아하는 어두운 색상 계열이 아니라 학생들이 좋아하는 무지개 원색에 가까운 색상까지 과감하게 도입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눈높이의 변화다. 초등학생들의 평균적인 눈높이에 맞도록 각종 전시물이나 체험 학습물들이 걸려 있으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는 것. 마지막으로 21세기에 맞도록 각종 첨단 기능을 추가해 디지털 전자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12년 전 한 공간을 회의실과 과학실로 동시에 쓸 수 있는 아이디어로 대구의 초등학교 인테리어 혁신을 이끈 금문아이디 김준영(46) 대표이사는 "서울, 광주, 전남 등과 비교해 볼 때 대구는 적은 예산으로 교육현장을 가장 크게 바꾼 곳"이라며 "일선 학교에서 교장부터 마인드의 변화가 생겨났고 업체들도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종일 돌봄교실, '내 집처럼'
조화로운 색채의 표현은 감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 대구시 동구 방촌동에 위치한 용호초교 종일 돌봄교실은 동선의 배분에 대한 설계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최대한 자연 환경와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해 설계된 것. 교실은 창문쪽이 가장 친환경적인 장소다. 자연채광을 우선 확보할 수 있기 때문. 반대로 복도쪽의 환경은 그에 비해 조금은 덜 친환경적이었으나 분홍색, 노란색 등의 색상으로 된 책상들을 배치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돌봄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엄마의 품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아이들이 엄마 품처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교실로 꾸몄다는 것이 저절로 느껴졌다. 간식의 배식이 쉽게 아일랜드 싱크대도 설치돼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 있었다.
종일 돌봄교실 이미경 담당교사는 "맞벌이하는 부부의 자녀들이 집에서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실내 설계가 잘 됐다"며 "학생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여기며 간식도 먹고 숙제도 해서 담당교사 입장에선 시설에 대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어 체험교실, '아이쌤 터치 룸'
학교 안에 영어교실을 하나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갑자기 일취월장할까?
대청초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대화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학습환경을 구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전 영어 어학실은 비싸고 큰 기계를 설치해놓고 듣기와 말하기 반복만 강요해 학습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학교 측은 벽에 채워진 그림과 문자가 반응하도록 신개념 설계를 했다. 자주 보는 것과 자주 듣는 것은 언어를 습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영어존(English Zone)에서는 스크립트를 가지고 여러 명의 학생들이 롤 플레이(Roll Play)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실은 문장을 술술 표현하고 있었다.
대청초교뿐 아니라 범일·고산·시지초교 등 대구시내 다른 초교에도 '아이쌤 터치 룸'(ISAM Touch Room)이 대세다. 아이쌤 터치룸은 터치펜으로 모니터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연동되는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
대청초교 유영순 교장은 "흥미 위주의 영어학습이 가장 중요한데 이번에 영어 체험교실을 현대화하니 학생들이 모두 좋아한다"며 "원어민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가르치기에 좋은 학습 장비도 충분히 구비돼 있다"고 말했다.
◆과학실·도서관, '상상의 나래로'
'학생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
5년 전부터 대구의 초·중·고교 전반에 퍼진 과학실, 도서관 변화의 핵심 콘셉트이다. 포항 중앙초교 '초롱도서관', 대청초교 '어린왕자 도서관', 이곡중 '소솜누리 도서관', 혜화여고 '지혜의 샘터' 등 이름부터 창의적이다.
각 학교 과학실은 테마가 있는 독창적인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학생들이 창의성을 더욱 높이도록 꾸며지고 있다. 동원초교의 별나라 과학실은 천장에 별자리들이 반짝거려 불을 끄면 천체 구경을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봉초교의 과학실 천장은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학교 도서관도 알록달록 산뜻한 색상과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바꿔 도서관인지 고급 응접실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정도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디지털, 유비쿼터스 공간을 지향한 도서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복명초교나 사대부중, 신암중 등의 학교 역사관은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탁월한 구성과 전시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공간 재구조를 통해 소통과 만남이 있는 학교, 아이디어와 지식이 넘쳐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며 "대구시 교육청에서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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