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이 살면서 남긴 이야기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은 대한민국에서 각각 87년, 78년을 살면서 사람들의 가슴에 잊지 못할 말씀들을 많이 남겼다.

1951년 사제 서품 때 "주님, 사실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는 다른 길은 보여주지 않으시고 오로지 이 길만을 보여주셨습니다. 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라는 기도로 제단에 부복했던 김수환 추기경은 1987년 6월 13일 밤 경찰력 투입을 통보하러 온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 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는 "이제 대통령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주님 앞에 선 박정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했다.

김 추기경은 왜 자신을 '바보'라고 칭했느냐는 질문에는 "진실한 걸, 모든 걸 다 아시는 하느님이 얼마나 위대하고 사랑 자체이신 분인지를 말로는 하면서도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까 바보지"라고 답했다.

법정 스님은 '오두막 편지'에서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고 썼다. 스님이 일생을 바쳐 지켜온 무소유에 대해서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는 말로 설명했다. 1997년 길상사 창건 때는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합니다"로 시작하는 무소유 정신의 창건 법문을 세상에 던져 널리 회자됐다.

4년 전 부처님 오신 날 법회에서는 "세상을 하직할 때 무엇이 남겠나. 집, 재산, 자동차, 명예, 다 헛것이다. 한때 걸쳤던 옷에 지나지 않는다. 이웃과의 나눔, 알게 모르게 쌓은 음덕, 이것만이 내 생애의 잔고로 남는다"고 설파했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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