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지능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인재(人才) 수준은 아직 멀었다고 걱정한다. 왜 이럴까? 인간의 정신 능력은 여러 가지로 구성돼 있다. 그 중 하나인 지능은 학습 및 문제해결 능력과 관련이 있고, 창의성은 수학'과학'예술'철학 등 특정 분야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과 달리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은 학교 공부에서 뒤지는 경우가 많다. 제도권 교육은 건전한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다방면의 소양을 두루 가르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정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 이유이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보다는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피카소는 파리 유학 시절 모국어의 형제 언어인 프랑스어를 익히는 데에는 무진 애를 먹었지만, 그림 분야에서는 세기의 천재임이 틀림없다. 언어 능력과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사뭇 다르다.
천재는 남이 보는 것을 보지만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천재들의 창의성을 두고 한 말이다. 제임스 왓슨과의 공동 연구로 DNA의 구조를 밝힌 프란시스 크릭은 어느 날 젊은 이론화학자인 존 그리피스와 천문학자인 토미 골드와 저녁을 함께하고 맥주를 즐기던 중에 두 사람으로부터 '완벽한 천문학적 원리'와 유전자 복제 이론을 들었다. 두 사람과의 이야기에서 크릭은 유전자의 자기 복제 능력이 '완벽한 생물학적 원리'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착상이 바로 지난 세기 중반에 생명의 신비를 푼 창의성이다.
정신과 의사인 미국의 낸시 안드레아센은 작가와 시인들은 조울병의 기왕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조울병의 조증에서는 기분이 들뜬 나머지 정신 활동도 활발해지는 모양이다. '황무지'의 시인 토머스 엘리엇은 특히 독주를 즐겼다. 1927년 어느 일요일 아침 런던 드라이진의 일종인 부스 진 반 병을 따라서 홀짝거리며 시를 썼는데, 정오에 이르자 술도 바닥이 나고 '동방박사의 여행'이라는 시도 완성되었다. 그 술 한 병은 700cc이고 알코올 농도는 45도이다. 창의성의 발현에는 특정 분야에 따라서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도 다르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와 빅트로 위고는 각자의 창작 활동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를 것이다. 아울러 양자에서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부위도 있겠지만 어디인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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